[책의 향기]키프로스 국기 속 오렌지색의 의미는?

3 days ago 4

◇펄럭이는 세계사/드미트로 두빌레트 지음·한지원 옮김/388쪽·2만2000원·윌북


‘만두 노총’, ‘화난 고양이 집사 연맹’, ‘일정이 밀린 사람 연합’….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열린 광장에서는 각종 인터넷 ‘밈’과 상상 속 단체 상징이 담긴 기발한 깃발들이 등장했다. ‘깃발 애호가’인 저자는 이 장면을 고국인 우크라이나에서 뉴스로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며 이렇게 쓴다.

“한국의 집회 현장 속 깃발은 (일제강점기) 목숨을 걸고 일장기 위로 태극기를 덧칠했던 스님부터 인터넷 밈 깃발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가 얼마나 크게 변화, 발전했는지 선명히 보여준다.”

저자가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에 이렇게 쓴 이유, 이 책이 세계 각국의 국기와 그 안에 담긴 숨은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 대표적인 국기들이 어떻게 다른 나라의 국기와 연결되고 이어지며 변형되는지를 담았다. 이를테면 프랑스의 삼색기는 18세기 프랑스 혁명을 상징한다. 당시 혁명군은 파리의 상징으로 파랑과 빨강으로 된 표식을 모자에 달고 다녔는데, 가운데에 있는 흰색은 부르봉 왕가를 상징한다. 이렇게 흰색(왕정)을 파랑, 빨강(시민)이 둘러싼 형태는 헌법에 의해 권리를 보장받은 국민이 군주를 통제한다는 뜻을 담아 탄생했다.

이 밖에 나폴레옹이 이탈리아를 점령하며 국가에 초록색을 추가했다는 사실, 키프로스 국기의 오렌지색은 이 나라의 풍부한 구리 매장량을 상징한다는 등 국기 속에 숨겨진 각 나라의 자연과 역사, 정치적 신념을 200여 개의 국기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

저자의 이력도 독특하다. 그는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서 태어나 기자와 은행가로 일하다 정보기술(IT) 회사를 창립하고, 2019년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부의 내각 장관을 지낸 경험이 있다. 어릴 때 월드컵 축구 경기 중계를 보다 국기에 빠져들게 되었고, 소셜미디어로 국기 이야기를 나누며 팔로어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 내용을 모은 책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기 6개월 전 우크라이나어로 처음 출간됐다. 2023년에 영어판 등 여러 언어로 번역됐다.

책의 향기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동아시론

  • 내손자 클럽

    내손자 클럽

  • 이호 기자의 마켓ON

    이호 기자의 마켓ON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