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점토판에 새겨진 고대인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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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강 사이의 땅 메소포타미아/모우디 알라시드 지음·이재황 옮김/384쪽·2만5000원·책과함께


“어둠 속에 있던 아가야. 이제 나와서 햇빛을 보았구나. 울지 마라, 걱정 마라.”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에서 불렸던 자장가의 일부다. 옛 부모들도 현대인처럼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진땀을 뺐던 것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문자 체계로 알려진 쐐기문자가 새겨진 점토판들은 이처럼 고대인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중심으로 당대의 삶을 들여다 보는 책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인 저자는 법학대학원을 준비하다 우연히 고대 서적에 대한 강의를 들은 뒤 메소포타미아를 연구하는 고고학자가 된다. “(수업을 들은 지) 불과 몇 시간 뒤 쐐기문자에 홀딱 빠져 남은 생애 동안 점토판을 읽을 태세가 되어 있음을 알았다.”

저자에게 유물은 누군가 손으로 빚고, 기록하고, 남기려 했던 ‘삶의 증거’다. 수메르인이 메소포타미아 남부에 건설한 도시 우르에는 엔니갈디난다 공주의 궁전이 있었다. 이 궁전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서로 다른 시대의 것이라고 한다. 박물관처럼 고대인들이 의도적으로 유물을 모아 놓았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저자는 “고대인도 역시 현대인처럼 자신보다 더 오래된 시간과 연결되려 했다”고 했다.

수수께끼 같던 유물에서 초기 인류의 다양한 면모를 제시하는 게 흥미롭다. 궁전에 흩어진 채로 발견된 학습용 서판에선 교육과 학교 생활의 불안함을 읽어내고, 점토 원뿔을 가지고 사람들이 어떻게 신과 소통했는지를 탐구한다. 탄탄한 연구와 합리적인 추론으로 고대 문명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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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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