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자제력 높은 아이, 삶도 지혜롭게 산다

14 hours ago 3

지혜의 본질과 발달 과정
뇌-신경과학 관점에서 해석
훈련과 경험으로 개발 가능
◇우리가 지혜라고 부르는 것의 비밀/딜립 제스테, 스콧 라피 지음·제효영 옮김/476쪽·2만3000원·김영사


지식이 많은 사람이 반드시 지혜롭다고 할 수 있을까. 지식은 시험 등을 통해 평가한다지만, 지혜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저자의 답은 명료하다.

“지능이 답을 아는 것이라면 지혜는 그 답을 언제 말해야 할지 아는 것이다.”

지혜의 본질과 발달 과정을 뇌과학과 심리학,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짚은 책이다. 신경과학 전문의인 딜립 제스테와 과학 저널리스트인 스콧 라피는 지혜가 △친사회적 행동 △감정 조절 △결단력 △성찰 △관용 △사회적 통찰 △영성 등 일곱 가지 요소로 구성된 복합 능력이자 성격 특성이라고 규정했다. 공감 능력과 연민이 지혜의 출발점이 된다고도 분석했다.

책은 여러 연구 및 실험 결과, 각종 일화를 통해 지혜라는 개념을 풀어낸다. ‘마시멜로 실험’도 그중 하나다. 연구진은 4, 5세 아동을 방 안에 혼자 있게 한 뒤 ‘남은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리면 이따가 2개를 주겠다’며 이들의 행동을 몰래 지켜봤다. 약속대로 어른이 돌아올 때까지 마시멜로를 먹지 않았던 아이들은 만족감을 뒤로 미룰 줄 아는 자제력이 뛰어났다. 이들의 이후 40년 인생을 추적한 결과, 약속을 지켰던 아이들의 대입 성적이 더 좋았다. 삶을 평가하는 여러 지표에서도 우수해 사회적으로 ‘지혜롭다’고 평가받는 이들의 비율이 더 높았다고 한다. 저자는 이에 “지혜가 자제력, 조절 능력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한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했다. 지혜롭게 행동하기 위해선 감정 조절 능력이 필수적이다. 도로 위 상대 운전자의 난폭 운전으로 위협을 받은 상황을 가정해 보자. 책은 ‘인지적 재평가’를 권한다. 화가 나는 상황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해 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상대 운전자는 차에 아픈 아이가 타고 있어 병원에 가는 급박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명확한 이유를 알아내기보단 상대가 공격적 행동을 의도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걸 되새겨 보라는 취지다. 저자의 추천 방식을 화가 날 때마다 떠올려 본다면 더 현명한 사람이 될지 모른다.

‘이름 붙이기’는 떠오른 감정을 입 밖으로 말하고, 그 이유도 말해 보는 심리치료 기법이다. 분노를 인정하고, 이를 자신의 방식대로 정의하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해소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주의 돌리기’는 차량 라디오를 켜거나 나중에 있을 즐거운 일들을 생각하며 부정적 생각을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뇌의 다양한 영역 간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지혜는 선천적 유전 요인에도 불구하고 후천적 훈련과 경험을 통해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마치 근육처럼 훈련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만 내버려둔다고 저절로 자라나는 건 아니다. 나이가 든다고 무조건 더 지혜로워지는 게 아닌 이유다. 철학적이거나 추상적 개념인 지혜를 과학적이고 실용적 관점에서 바라본 점이 흥미롭다. 원제는 ‘더 현명하게’(Wi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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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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