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윤동주 낙서-메모에 숨은 ‘시인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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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오래된 노트/김신정 지음/512쪽·2만6000원·사계절


개인적으로는 제발 시험에 ‘시(詩)’는 넣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창 감수성 풍부한 어린 나이에 시가 주는 감동과 아름다움은 느낄 새도 없이, 모 잇몸 약 광고처럼 ‘씹고, 뜯고, 맛보면서’ 해부하고 난도질하기 때문이다. 육체의 아름다움을 경이롭게 표현한 그리스 조각상을 부위별 근수를 따져가며 감상하라는 식이랄까.

예술품을 난도질하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한편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단어, 구절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을까, 이런 문장을 쓴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시인 윤동주의 원고 노트(‘나의 습작기의 시 아닌 시’, ‘창’), 자필 자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낱장의 원고에 담긴 시와 낙서, 메모와 퇴고의 흔적, 그리고 윤동주의 실제 발자취를 찾아 주옥같은 예술품의 탄생 배경을 좇는다.

“1942년 1월 24일, 그가 연희전문에 창씨개명 허가서를 제출하기 5일 전에 쓴 ‘참회록’에는 그의 복잡한 상황과 번민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참회록’ 시고의 낙서에 쓰인 여러 언어도 눈길을 끈다. ‘도항 증명’, ‘낙서’ 등에서는 일본식 한자와 문자를 사용했다. 또 ‘시란? 부지도’에서 ‘부지도’는 중국어로 ‘모른다’라는 뜻으로, ‘부즈다오’라고 발음되는 말이다. 원고용지 여백에 윤동주가 끼적거린 낙서에서도 그가 처한 혼란스러운 처지가 그대로 드러난다.”(1장 ‘중학 시절과 비밀 노트’ 중)

저자에 따르면 윤동주 가족과 지인들은 그가 시를 짓는 과정에 대해 “며칠을 두고 일상생활과 함께 마음속에서 새기고 새기어 종이에 옮겨 놓거나, 조용히 열흘이고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곰곰이 생각해서 한 편 시를 탄생시켰다”고 회고했다.

퇴고는 고사하고 생각보다 손이 먼저 반응하는 게 요즘이다. 글은 차고 넘치는데 왜 볼만한 건 없는지 알 것 같다. 부제 ‘움직이는 시인, 살아 있는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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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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