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박준우 PD "박해수 사망 엔딩, 이지현 작가 반대로 무산"[★FULL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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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연출 박준우 PD, 이지현 작가 인터뷰

박준우 PD(왼쪽), 이지현 작가 /사진제공=스튜디오 안자일렌

박준우 PD와 이지현 작가가 '허수아비'에 애도의 마음과 진심을 담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전날 막을 내린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박준우 PD, 이지현 작가의 종영 기념 인터뷰가 진행됐다.

'허수아비'는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혐오하던 놈과 뜻밖의 공조 관계를 맺으면서 펼쳐지는 범죄 수사 스릴러 드라마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 삼았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Y'와 드라마 '모범택시' '닥터탐정' 등의 박준우 PD가 연출을 맡고, '모범택시' 시즌 1을 집필한 이지현 작가가 극본을 맡아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배우 박해수는 고향인 강성으로 좌천된 이후 연쇄살인사건을 맡게 된 형사 강태주 역, 이희준은 냉철한 판단력과 정치적 감각을 겸비한 엘리트 검사 차시영 역, 곽선영은 강성일보의 정의로운 기자이자 강태주의 국민학교 동창 서지원 역을 맡아 연기했다.

탄탄한 연출력과 극본,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최종회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 기준)은 8.1%를 기록했다. 이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뒤를 잇는 ENA 역대 시청률 2위다.

박 PD는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어서 연출한 입장에서 좋고, 감사드린다"며 "제가 그동안 무겁고 사회적 이슈가 있는 작품들을 해온 게, 일부러는 아니었지만 그런 쪽을 좋아하는 성향인 것 같다. 인물간의 관계는 순전히 작가님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드라마가 잘 끝난 것 같아서 기쁘고 한편으로는 시원섭섭하다"고 말했다.

◆ 편성도 어려웠던 '허수아비'의 흥행

이지현 작가(왼쪽), 박준우 PD /사진제공=스튜디오 안자일렌

박 PD는 호평과 흥행 속 유종의 미를 거둔 것에 대해 "제가 전작이 잘 되지 않아서 걱정이 컸고, 주변에서도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진범이 밝혀지는) 7화 후반부터 시청자들을 배신하는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극 초반에 (시청자들이) 범인 찾기를 할 때 부담이 됐다. 시청자들을 초반에 잡기 위해 장르적 잔치를 많이 깔아놨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범인 찾기가 본질을 흐릴 수도 있겠다 싶었고, 정보값을 어디까지 보여줄지도 고민했다"면서도 "시청자들이 여러 가능성을 놓고 즐겨주셔서 감사하고, 시청률 잘 나와서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다. 이런 식의 드라마도 많이 나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또한 '허수아비'는 자연스럽게 영화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에 대해 박 PD는 "영화가 너무나 뛰어난 작품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지 않나. 게다가 봉준호 감독님이지 않나. 이 드라마를 기획할 때 쉽지 않았다. 제작사에도 '돈 좀 대달라'고 했을 때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거절을 당했다. 처음엔 너무 무겁고 슬픈 내용이라 편성이 어려울 것 같았다. 저는 반대편에서 이 소재를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생각을 전했다.

이 작가는 "첫 회부터 시청률이 잘 나오고 점점 올라가서 정말 좋으면서 부담이 되더라. 걱정을 좀 하긴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 작가의 답변을 박 PD는 "이 작가는 정말 함께 일하기 좋은 작가"라며 "평소엔 정말 순하고 편안한 사람인데 빌런 대사를 정말 잘 쓴다. 본인은 사극, 로코물을 쓰고 싶다는데 아무래도 장르물로 계속 가야 할 것 같다"고 이 작가에 대한 신뢰를 표했다.

그러자 이 작가는 "준비 중이던 청춘성장물이 있는데, 확실한 건 없다. 사실 저도 장르물 대본을 쓸 때 잘 써지긴 하는 것 같다. 대본도 늦지 않게 (박 PD에게) 전달드렸다"고 재치있게 화답했다.

◆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박해수, 디테일 돋보이는 이희준의 연기 향연

배우 박해수, 이희준이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더세인트에서 진행된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4.13 /사진=이동훈 photoguy@

박 PD는 박해수에 대해 "평소 주변에서 박해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현장에서 모범이 되는, 인성이 좋은 배우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배우라는 이야기를 관계자들 사이에서 많이 들었다. 연기를 기본적으로 잘하고, 체력도 엄청 좋다. 정신력도 굉장히 좋다는 뜻"이라고 칭찬했다.

이희준에 대해서는 "저와 동향, 동문"이라고 너스레를 떤 뒤 "박해수가 사람 좋은 이미지라면 이희준은 철저하게 준비하는 스타일 같다. 디테일한 연기를 굉장히 잘하는 배우다. 사석에서 '언제부터 그렇게 연기를 잘했냐'고 물어볼 정도로 연기는 정말 압도적이다"고 치켜세웠다.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정문성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박 PD는 "연기할 때만은 지지 않으려는 게 느껴졌다. 자기 것을 놓치지 않는다. 촬영 끝나면 바로 '형!'하는 스타일이다. 박해수, 이희준, 정문성 등 배우들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연기를 보는 재미가 컸다. 배우들에게 연기적으로 디렉션을 많이 주지 않아도 됐다. NG가 거의 없을 정도라 속도감이 붙었다"고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박 PD와 이 작가 사이 태주라는 인물에 대한 이견도 존재했다고. 박 PD는 "태주는 죽어 마땅하다고 했는데 작가님이 '그건 대중 드라마를 벗어난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 털어놔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지현 작가 /사진제공=스튜디오 안자일렌

이 작가는 "극 중 태주만이 옳은 선택을 하지 않았나. 무결한 사람이 잘못을 바로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잘못을 바로잡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게 우리 드라마에서 허용한 단 하나의 판타지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나중에라도 태주가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드라마인데 그걸 비극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바로잡으려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마음의 짐을 덜고, 조금이라도 편안한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태주는 직업, 사회적 명망도 잃었지만 소중한 인물들을 곁에 두게 되지 않았나. 저는 그것이 유일하게 태주에게 허락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태주라는 인물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허수아비'는 태주의 회고록 형식으로 구성된 드라마다. 이와 관련 박 PD는 "이 작가가 어떻게 허수아비를 형성화 할지 고민이 많았다. 1부는 공포물, 2부는 추격전, 3부는 감정적 진폭을 만드는 등 나름의 포인트를 잡아놓고 들어갔다"고 연출 포인트를 언급했다.

극 중후반에 접어든 7화에서 범인이 공개된 것도 '허수아비'만의 특징이다. 범인 공개 이후 긴장감이 떨어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본격적인 서사가 펼쳐져 몰입도가 높다는 평가를 얻은 것.

이에 대해 이 작가는 "범인을 끝까지 끌고 갈 생각이 없었다. 솔직히 정문성이 캐스팅돼서 캐스팅이 스포일러라고 생각했다"며 "초반과 중후반을 끌고 가는 '허수아비'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초반엔 허수아비 행세를 하는 허수아비가 끌고 가는 이야기라면, 중후반엔 사람으로서 제 역할을 못 하는 경찰, 공권력이라는 허수아비로 극을 끌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 실화 소재 다루는 제작진의 무거운 책임감

박준우 PD /사진제공=스튜디오 안자일렌

박 PD는 드라마 PD로 전직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2004년도 SBS 입사다. 원래는 드라마 PD를 하고 싶었는데 다 탈락하고 시사, 교양 파트로 면접을 봤더니 붙었다. 기존 일에 흥미를 잃은 몇 번의 일화들이 있었다. 드라마국 전직을 도와준 분들이 있어서 운 좋게 전직하게 된 케이스"라고 답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대표작으로는 '문경 십자가 사건' 등이 있는 박 PD는 "'그것이 알고 싶다' 경력이 이렇게 도움이 될지 몰랐다. 직, 간접적으로 얻은 게 많고, 고마운 게 많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에서) 실화를 다루면 책임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실제로 피해자 분들, 유가족 분들도 시청을 하시지 않겠나. 방송 나갈 때마다 연락도 드리곤 한다. 어떻게 하면 그분들의 맥락을 훼손하지 않고 드라마로 보여줄 수 있을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게 우리의 몫"이라고 연출자로서 느끼는 책임감에 대해 언급했다.

박 PD와 이 작가는 차기작에도 함께한다. 박 PD는 "제가 (이 작가에게) '허수아비'가 잘 되면 연작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거절하더라"고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작가는 "'허수아비' 연작은 아니지만 다음 작품도 함께 하기로 했다"고 밝혔고, 박 PD는 "좀 편하게 보실 수 있는, 2000년대 초반 배경으로 범죄오락물을 만들 생각이다. 가제는 '파락호'다"고 차기작에 대해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여전히 90년대 '허수아비'를 하고 싶은 마음이다. 90대를 배경으로 범죄 연작을 만들어보고 싶은데 작가님이 거절한다"고 연신 아쉬움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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