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생각하는 법 배우는 컴퓨터’ 초등생 때 꿈꾼 올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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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만든 오픈AI CEO 전기
가족-친구-멘토 등 250명 인터뷰… “괴팍한 천재 아닌 영리한 해결사”
AI 윤리 고려하지만 경쟁 우선시… 인간 의지 확장하는 도구로 활용
◇미래를 사는 사람 샘 올트먼/키치 헤이기 지음·유강은 옮김/544쪽·2만5000원·열린책들

올해 2월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신간은 테크 분야에서 새롭게 떠오른 거인 올트먼을 낱낱이 해부하며 그가 가진 기술적 낙관주의의 뿌리를 탐구한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올해 2월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신간은 테크 분야에서 새롭게 떠오른 거인 올트먼을 낱낱이 해부하며 그가 가진 기술적 낙관주의의 뿌리를 탐구한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오늘 챗GPT를 출시합니다. 다음 주소에서 채팅해 보세요. chat.openai.com.”

2022년 11월 30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트위터에 남긴 이 짧은 문장이 이후 세계를 뒤흔드는 광풍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챗GPT의 등장은 본격적인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의 막을 여는 열쇠였다. 출시 3개월 만에 이용자 1억 명을 확보했고, 순식간에 사람들의 일상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동시에 AI 윤리 및 과의존 문제 등 그동안 체감하지 못했던 고민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올트먼은 단숨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가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가 오늘날 빅테크 업계의 중심 인물이 된 올트먼을 파헤친 책이다. 저자는 챗GPT4가 공개된 2023년 3월 올트먼을 처음 만나 오픈AI 본사에서 인터뷰했다. 이후 올트먼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하기 위해 가족과 친구, 멘토, 경쟁자, 투자자 등 250명 이상을 인터뷰했다.

저자는 올트먼을 “속도를 중시하고 위험을 좋아하는 영리한 거래 해결사”로 묘사한다. 올트먼은 마냥 코딩 개발에만 몰두하는 ‘너드남’과도, 어느 타이밍에 기행을 저지를지 몰라 마음을 졸이게 하는 ‘괴팍한 천재’와도 거리가 멀다. 그러면서 올트먼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유명 투자자 폴 그레이엄이 그에 대해 남긴 말을 인용한다. “그 친구를 식인종이 우글거리는 섬에 낙하산으로 투하하고 5년 만에 가보면 왕 노릇을 하고 있을 게다.”

책은 올트먼의 어린 시절과 불우한 가족사, 실패한 첫 창업기와 오픈AI의 설립 과정 등을 시간 순서대로 다룬다. 올트먼은 어려서부터 비범함을 보였다. 초등학교 컴퓨터실에서 코딩을 하면서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래밍할 필요 없이 컴퓨터가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하면 어떨까”라고 상상했다.

대학생 땐 ‘AI’와 ‘원자력’ ‘교육’을 삶의 목표로 적어뒀다.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아버지로부턴 창의적인 거래 성사에 대한 열정을, 피부과 의사였던 어머니로부턴 치열한 노동 윤리를 물려받았다고 한다. 스탠퍼드대 재학 중 창업한 첫 스타트업 ‘루프트’는 실패로 끝났지만, 대신 실리콘밸리에서 빠르게 이름을 알렸다.

책은 올트먼을 순수한 이상주의자로만 묘사하진 않는다. 올트먼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Y콤비네이터를 이끌고 수천 개의 회사를 길러내며 협상에 능숙해졌다. 2015년 비영리 법인으로 출범한 오픈AI를 나중에 영리 법인으로 전환하려다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AI의 윤리와 안전을 외치면서도 경쟁을 위해선 공격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2023년 11월 올트먼이 오픈AI 이사회에 의해 일시적으로 해임됐던 사태도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자세하게 담았다. 올트먼은 “지속적으로 소통에 솔직하지 않았다”며 해임됐지만, 직원 770명 가운데 700명이 올트먼을 지지하면서 불과 닷새 만에 복귀했다.

많이 알려진 내용이지만 오픈AI의 공동창업자이자 2018년 올트먼과 갈라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의 대립도 흥미롭다. AI를 ‘악령을 불러내는 일’로 표현한 머스크와 달리, 올트먼은 기술주의를 낙관하며 미래의 AI가 인간의 의지를 확장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견지했다. 인류의 미래를 바꾼 기술 개발자의 탄생 과정을 잘 묘사했지만, 올트먼과의 교감이 강했던 때문인지 날카로운 비판보단 너그러운 이해가 더 두드러지는 듯한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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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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