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불확실성’을 즐길 수 있을 때 비로소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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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요소 모두 제거하려 할수록
두려움-불안감-슬픔 오히려 커져
◇행복 강박/올리버 버크먼 지음·정지인 옮김/324쪽·2만2000원·북플레저


‘성공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한다’,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자기계발서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물론 이런 열풍이 가장 거세게 부는 곳은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이다. 그런데 수많은 대중을 모아 놓고 하는 미국인들의 대형 ‘동기 부여 세미나’ 같은 행사는 우리에겐 좀 괴상해 보이기도 한다.

영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저자 역시 취재를 위해 그런 행사에 동참했다가 영 실망한 모양이다. ‘긍정적 사고’를 강조하는 것으로 미국에서 유명한 한 세미나에서 박사이자 목사인 강사는 대단한 비결이라도 알려주는 양 청중을 기대하게 만들어 놓고 이렇게 외쳤다. “여러분의 인생에서 ‘불가능’이라는 단어를 삭제하세요! 영원히.” ‘뭐, 어쩌라고…’ 싶다.

원래 서양은 윤리의 근간 중 하나가 ‘효용’인 데다 ‘많이 가질수록 좋다’는 자본주의의 발상지인 터라, 행복을 손을 뻗어서 따는 열매처럼 접근하려는 경향이 있다. 뭔가를 자꾸 해야 한다고 사회가 강요하는 건 오늘날 한국도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그런 식은 행복에 대한 답을 주진 못했고, 역효과도 났다.

“행복하고자 애쓰는 것 자체가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주범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불안정과 불확실함 혹은 실패 같은 부정적 요소를 모조리 제거하려는 노력이 우리에게 자신감 상실, 두려움, 불안감, 슬픔을 안겨준다는 얘기다.”(1장 ‘행복 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에서)

저자는 다른 접근법을 소개한다. 집착에서 벗어나 불확실성을 즐기고, 불안정을 포용하고, 실패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이른바 행복에 이르는 ‘부정적 경로’다. 원래 인위보단 무위를 지향하는 쪽에 가까운 사람이라면 ‘새삼스럽게도 썼다’ 싶을 수도 있겠다. 우린 널리 사랑받는 김상용의 시처럼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왜 사냐건/웃지요”라는 한국인이 아닌가. 하지만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둠으로써 오히려 생의 의지와 활기를 얻을 수 있다는 서양 중세의 격언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를 비롯해 경청할 얘기가 적지 않게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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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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