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나의 반려견이 알려준 몰입의 기쁨

19 hours ago 2

◇네 발의 철학자/마크 롤랜즈 지음·강수희 옮김/296쪽·1만9000원·추수밭


“같이 갈래?”

주인이 이렇게 말하는 순간, 반려견 ‘섀도’는 온몸으로 기뻐한다. 뛰고, 짖고, 심지어 스스로 목줄을 걸기까지 한다. 목적지는 별다를 것 없는 동네 학교. 매일 반복되는 주인의 아이 등하굣길에 함께 가는 일이다. 그런데도 섀도는 마치 인생 최고의 모험이라도 되는 양 들뜬다.

미국 마이애미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그런 섀도를 보며 생각한다. “나는 왜 이런 단순한 일에 이토록 기뻐하지 못할까?”

인간은 자꾸 ‘왜 사는지’, ‘이게 맞는 선택인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를 괴롭힌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성찰하지 않는 삶은 가치가 없다”고 했지만, 저자는 되묻는다. “그 성찰 때문에 우리가 불행해진 건 아닐까?”

저자는 섀도의 삶에서 ‘몰입’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한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섀도는 강둑을 따라 달리며 이구아나를 쫓는다. 한 마리도 잡지 못하지만, 그 순간의 달리기 자체가 기쁨이다. 섀도는 한 번도 지루해하지 않는다. 섀도는 어제 잘못한 일을 반성하지 않고, 내일 할 일을 걱정하지도 않는다. 그저 현재를 살아간다.

저자는 고대 신화 속 인물 ‘시시포스’를 떠올린다. 산 위로 바위를 끝없이 밀어 올리는 벌을 받았던 시시포스. 많은 사람이 시시포스를 삶의 허무함의 상징으로 보지만, 섀도는 그런 반복조차 즐거움으로 바꿔낸다는 것이다. 저자는 개를 단순히 본능에 따르는 존재로 폄하하지 않는다. 개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도덕과 자유, 판단력을 가지고 산다는 것이다.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을 구하거나, 친구 개를 돕기도 한다. 계산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마음이 시켜서 움직일 뿐이다. 철학자들이 오랫동안 고민해온 ‘도덕’이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책장을 덮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눈앞의 햇살, 바람, 한 그릇의 밥이 얼마나 고마운가. 현재에 몰입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행복에 한발 가까워진 것 아닐까. 부제 “타고난 철학자 ‘개’에게 배우는 단순명료한 행복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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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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