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 가우디, 삶과 일/아르만드 푸치 지음·송병선 옮김/364쪽·3만8000원·한스미디어
인간의 손으로 신의 세계를 구현하려고 했던 안토니 가우디의 별세 100주년을 맞아 스페인에서 출간된 그의 평전이 국내에도 번역됐다. 가톨릭 신부이자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신학 자문위원이기도 했던 저자가 ‘괴짜 천재’로 불리었던 가우디의 인간적, 예술적 면모를 고증을 바탕으로 그렸다. 생전 가우디는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았던 탓에 예술 세계나 철학이 자의적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저자는 유럽 여러 기관과 개인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그를 토대로 그의 삶과 건축물에 대해 썼다.
덕분에 가우디의 여러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그중 하나가 가우디의 영적 방황과 신앙의 위기다. 가우디는 흔히 평생을 종교에 헌신한 ‘신의 건축가’로 불리지만, 저자는 대학 시절 가우디가 ‘오만한 천재’였으며, 여느 청년들처럼 극심한 신앙적 회의와 방황을 겪었음을 밝혀낸다. 그럼에도 가우디가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설계자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이런 고뇌를 거쳐 신앙의 본질을 재발견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가우디는 유년 시절 관절 류머티즘을 앓았던 탓에 또래 친구들과 뛰어놀지 못했다. 대신 해변의 자연을 고독하게 관찰하고 놋쇠 장인이었던 아버지 아래서 3차원 입체를 만지며 자랐다. 그가 독창적인 곡선의 기하학을 꽃피운 데엔 이런 경험이 바탕이 됐다고 한다. 책은 가우디의 삶의 행로를 바탕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물론이고 카사 바트요, 라 페드레라, 구엘 공원 등 그의 주요 작품 곳곳에 숨어 있는 상징적인 의미를 읽어낸다.가우디의 건축 작품 사진과 미공개 스케치 작업물, 그의 생애 여러 순간을 담은 사진도 함께 수록해 시각적인 설명을 더했다. 거장이 남긴 건축물을 한 인간의 정신적인 투쟁의 결과로 읽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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