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현대사의 상흔을 오롯이 껴안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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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현대사의 상흔을 오롯이 껴안은 시집

“<DMZ 콜로니>

는 미술관 가득 작은 파편들이 채워졌는데, 옷고름 하나 신발짝 하나 버릴 것이 없는 한 편의 설치 작품 같다.”

시인 김혜순이 추천사에 남긴 이 문장은 <DMZ 콜로니>가 어떤 책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계 시인 최돈미가 쓴 이 시집은 한반도 분단과 독재의 역사가 사람들에게 남긴 상흔을 정면으로 다룬다. 김혜순, 이상 등 한국 시를 영어권에 알려온 번역가이기도 한 그는 이민 1.5세대의 시선으로 지워진 목소리들을 되살린다.

시집은 고전적인 시 형식을 따르지 않는다. 시와 산문, 사진, 드로잉, 수기가 8막에 걸쳐 뒤섞인다. 세계 최장 비전향 장기수의 증언, 한국전쟁 고아들의 기록, 산청·함양 학살의 흔적이 한데 모여 하나의 아카이브를 이룬다.

시인에게 번역은 언어를 옮기는 일 이상이다. 억압된 기억을 복원하고 신식민주의에 저항하는 행위다. 2020년 한국계 시인 최초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이 시집은 이후 독일어, 스페인어, 스웨덴어로도 번역됐다. 한반도라는 특수한 역사를 다루면서도 보편적 공감을 얻어낸 결과다.

당시 심사위원회는 “전쟁과 식민지화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바뀐 사람들의 이주 행렬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며 “참혹하면서도 경각심을 일깨우는 시집은 생존자들의 증언, 그림, 사진, 손으로 쓴 글들을 짜깁기하여 사실과 비판적 상상력 사이의 진실을 파헤친다.”고 평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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