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뒤지는 사람 사라졌다"…로봇 쫙 깔린 현대차 혁신공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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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하이테크센터 지하 1층 현대모비스 부품실에서  ACR(자동 케이스 처리 로봇)과 미니 AGV(무인운반로봇)가 작업자에게 부품을 옮기고 있다. 영상=신용현 기자

수원하이테크센터 지하 1층 현대모비스 부품실에서 ACR(자동 케이스 처리 로봇)과 미니 AGV(무인운반로봇)가 작업자에게 부품을 옮기고 있다. 영상=신용현 기자

로봇 팔이 선반에서 박스를 꺼내 내려놓자 작은 운반 로봇 한 대가 작업자 앞으로 옮겼다. 작업자는 화면에 뜬 부품을 집어 들어 바코드를 찍기만 하면 됐다. 부품은 다시 운반 로봇에 실려 승강기를 타고 이동한다. 사람이 창고를 뒤지는 장면은 어디에도 없었다.

30일 문을 연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소재 현대자동차 수원하이테크센터는 차를 수리하는 공간이라기보다 자동화 기술을 집약한 새로운 차원의 정비센터를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현대자동차, '수원하이테크센터'.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 '수원하이테크센터'. 사진=현대차그룹

수원하이테크센터는 기존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했던 센터를 용인시 기흥구로 신축 이전한 시설이다. 센터는 지하 2층~지상 5층, 연면적 5만1497㎡(약 1만5578평) 규모로 경기 남부권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접수, 진단, 정비, 부품 조달로 나뉘어 있던 과정을 한 동선 안에서 이뤄지도록 했다.

현대자동차 '수원하이테크센터' 1층 아트리움'.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 '수원하이테크센터' 1층 아트리움'. 사진=현대차그룹

1층에 마련된 라운지로 들어서면 차를 맡기고 기다리는 곳이라기보다 둘러보고 싶은 공간으로 느껴졌다. 층고가 높고 빛이 깊이 들어오는 데다 곳곳에 실내 조경을 마련해 수리 시설이 아닌 전시장 같았다.

무인 카리프트로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영상=신용현 기자

무인 카리프트로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영상=신용현 기자

이 공간이 가장 공들인 부분은 인테리어보다 투명성이었다. 상담을 마친 차량이 무인 리프트를 타고 작업장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라운지 유리창 너머로 그대로 보인다. 한 층을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0초. 차를 맡긴 뒤로는 행방을 알 수 없는 게 보통의 정비소였다면 이곳은 그 첫 순간부터 고객이 자신의 차량 이동 과정까지도 볼 수 있게 해 신뢰감을 주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였다.

현대차 수원하이테크센터. 사진=신용현 기자

현대차 수원하이테크센터. 사진=신용현 기자

접수창구에서는 엔지니어 한 명이 한 고객의 예약부터 출고까지 끝까지 맡는다. 허석재 서비스 엔지니어는 "예전에는 접수, 정비, 출고를 여러 사람이 나눠 맡았다면 이제는 한 명이 전 과정을 책임진다"며 "내 차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끝까지 함께한다는 게 고객들에게 안심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비만 해오던 엔지니어가 고객 응대까지 떠안게 된 셈인데, 그는 "처음엔 낯설었다"고 털어놨다.

현대차 수원하이테크센터. 사진=신용현 기자

현대차 수원하이테크센터. 사진=신용현 기자

작업장으로 올라가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로봇 전용 통로와 전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다. 2층은 현대차, 4층은 제네시스를 정비하고, 두 층에서 풀리지 않는 고난도 정비는 3층 하이테크 지원팀으로 모인다.

자율주행 로봇 AMR이 부품을 작업 공간으로 옮기고 있다. 영상=신용현 기자

자율주행 로봇 AMR이 부품을 작업 공간으로 옮기고 있다. 영상=신용현 기자

허 씨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예전에는 필요한 부품을 찾고 가져오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지금은 작업장에서 통합 시스템으로 부품을 요청하면 로봇이 작업 공간까지 바로 정확하게 전달해준다"며 "불필요한 이동이 줄어든 만큼, 그 시간은 차량을 살피고 고객과 대화하는 데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수원하이테크센터. 사진=신용현 기자

현대자동차 수원하이테크센터. 사진=신용현 기자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도 같은 지점을 수치로 짚었다. 그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물류 이송 부분의 경우 부품 창고에서 작업 라인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3배 이상 단축했다"고 말했다. 다만 다음 단계로 거론되는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에는 선을 그었다. "서비스 정비는 정형화된 작업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작업으로 즉각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며 "각 요소에 적합한 로봇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데이터&NVH 분석실'에서 사운드 카메라를 통해 소음 발생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영상=신용현 기자.

'데이터&NVH 분석실'에서 사운드 카메라를 통해 소음 발생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영상=신용현 기자.

3층 진단 공간에서는 소음·진동(NVH) 진단 시연이 있었다. 팰리세이드 차량 앞부분에서 '딱', '따닥'하는 소음이 발생했지만 듣기만 해서는 정확한 위치를 잡기 어려웠다. 엔지니어가 의심 부위마다 센서를 붙이고 데이터를 그래프로 펼치자 한 지점의 반응이 다른 곳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소리가 나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사운드 카메라로 같은 자리를 비추니 소음이 새는 부위가 색으로 구분돼 보였다.

담당 엔지니어는 "전동화, 자율주행 기술이 늘면서 기존 파워트레인에서는 듣기 어려웠던 소음·진동 문제, 통신 데이터 오류 같은 새로운 유형의 고장이 늘고 있다"고 했다. 한 명의 추측이 아니라 데이터로 원인을 설명하는 쪽으로 정비의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 수원하이테크센터. 사진=신용현 기자

현대차 수원하이테크센터. 사진=신용현 기자

같은 층 한쪽에는 넥쏘 등 수소전기차와 LPG 차량을 따로 다루는 작업장이 있다. 수소 누출 감지기와 방폭형 환기 설비가 갖춰져 있고, 조명부터 콘센트까지 모든 전기 설비가 스파크가 튀지 않는 방폭 제품으로 구성돼 있었다. 가까운 곳에는 전기차 화재에 대비한 구역도 있었다. 층마다 이동식 침수조와 질식 소화포, 드릴랜스가 비치돼 화재를 1차로 진압한 뒤 배터리를 물에 잠기게 해 2차 발화를 막도록 했다. 최대 6t까지 들어 올리는 대형 리프트도 따로 마련돼 있어 초대형 차량 정비에도 대응한다. 전기차 비중이 늘수록 정비센터 자체가 안전시설의 성격을 함께 갖춰가고 있었다.

3층 한쪽에는 지역 정비 교육 거점(RTC)도 마련했다. 신차와 신기술 교육, 데이터 분석, 진단 기술 교육이 이뤄지는 곳으로 센터 관할 내 80여 개 블루핸즈의 정비 역량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맡는다. 어려운 차 한 대를 고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주변 정비망 전체의 실력을 함께 끌어올리려는 구조다.

현대차 수원하이테크센터. 사진=신용현 기자

현대차 수원하이테크센터. 사진=신용현 기자

현대자동차는 수원하이테크센터를 단순한 정비 시설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서비스 혁신 거점으로 운영하고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 품질과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장 부회장은 "이곳은 수입차 딜러가 많은 지역"이라며 "판매 이후의 사용 경험, 서비스 경험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우리가 우위에 있을 수 있는 부분은 서비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용인=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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