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기업대출 1000조 돌파
지방은 4년 넘게 400조원대
수도권 비중 67% 사상최고
지역우대금융 정책 내놨지만
지방경기 불황에 효과 미약
국내 은행 기업대출의 수도권 비중이 갈수록 커지며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기업대출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 반면 지방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정책금융은 물론 민간 은행에도 지방 자금 공급을 늘리도록 독려하고 있으나 지방 경기 악화로 좀처럼 지방금융 지원에 온기가 돌지 않고 있다.
2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일반은행과 특수은행을 포함한 국내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1487조408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대출 취급 점포 소재지를 기준으로 수도권 내 점포에서 취급한 기업대출 잔액은 1005조5704억원이다. 수도권 기업대출이 10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에 800조원, 2024년 9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약 2년 만에 1000조원도 넘어섰다.
반면 지방 소재 은행 점포에서 공급된 기업대출 잔액은 481조8378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400조원을 넘어선 이후 4년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앞자리가 바뀌지 않았다.
이에 기업대출의 수도권 비중은 매달 역대 최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5월엔 67.6%로 가장 높았다. 은행 기업대출은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예전에 비해 중소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지만 여전히 7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회사채 발행과 같은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을 활용할 수 없어 은행 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 기업, 그중에서도 지방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의미다.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구상에 따라 금융당국은 지방 우대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에 '지방금융 공급 확대 목표제'를 신설해 현 40% 수준인 지방 공급액 비중을 2028년까지 45%로 상향하기로 했고, 민간 금융권엔 지방 소재 중소기업대출에 대해 예대율 규제 수준을 낮춰주는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1년간 수도권 기업대출 잔액이 5.9%(55조7943억원) 증가하는 동안 지방은 2.4.%(11조3636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서도 증가율이 수도권은 3.8%, 지방은 1.8%로 증가 속도에서도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지방금융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지방경기 침체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3.8%를 기록한 가운데 지역별 격차가 두드러졌다. 수도권이 5.2%, 대구·경북권이 2.3%, 동남권이 2% 성장하는 데 그쳤고 호남권과 강원은 0%를 기록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 기조인 지방금융 활성화에 발맞추기 위해 기업대출을 늘리려 애쓰고 있지만 워낙 지방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방 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한 추가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각 지역 대표 전략산업에 대한 '성장엔진 우대보증'(1조원)을 하반기에 신설하고, 지방 중소기업이 낮은 금리로 편리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방은행·인터넷은행 공동 대출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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