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패권경쟁
데이터 가용성 'OECD 2위'
잘 활용했다면 바이오 강국
미국 미네소타의 인공지능(AI) 병원 메이오클리닉. 이곳에서는 AI 알고리즘 진료가 일반적이다. 3250만명의 환자를 통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어떤 약물이 가장 효율적인지 찾아낸다. 수술 현장에서도 AI를 활용해 종양 위치를 금세 찾아낸다. 존 할람카 메이오클리닉 플랫폼 대표이사는 "의료진이 AI 기술을 이용해 1초 만에 환자 치료에 필요한 연구 결과를 찾아낼 수 있다"며 "병원이 거대한 AI 공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AI·바이오 융합 경쟁의 중심에 의료 데이터가 있다. 하지만 한국은 고품질 의료 데이터를 보유하고도 이를 방치하고 있다. 잠자는 의료 데이터를 깨워 부가가치를 올리는 게 시급하다.
16일 글로벌 컨설팅사 PwC·Strategy&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활용해 주요국 의료 데이터의 가용성을 평가한 결과 한국은 6.9점으로 7.8점을 받은 덴마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3.0점인 미국보다 훨씬 앞선다. 국민건강보험으로 전 국민 의료 데이터를 확보한 데다 병원 의무 기록이 신속히 전산화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데이터가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료 데이터 상업화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지침이 없어 업계가 선뜻 손대지 못하고 있다. 환자 정보가 암호화돼 있긴 하지만, 개인 기록을 사업에 이용한다는 비판이 걸림돌이다. 정부가 이런 리스크를 해결해줘야 AI와 바이오를 융합한 첨단산업이 살아날 수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양질의 의료 데이터를 '성스러운 상자'에 넣고 바라만 보고 있다"면서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데이터 사업에 나서 기업에 이를 개방하는 식으로 주도권을 쥐는 모습과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라스베이거스 고민서 기자 / 서울 김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