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에 자주 오르는 참치캔에는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생선 통조림인데 가시가 거의 없다. 고등어조림이나 꽁치통조림을 먹을 때는 가시를 발라내야 하지만, 참치캔은 뚜껑을 따자마자 바로 비벼 먹고 볶아 먹고 찌개에 넣는다.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 큰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이유다.
참치캔에 가시가 없는 건 애초에 ‘가시 없는 생선’을 쓰기 때문이 아니다. 참치도 엄연한 생선이다. 뼈와 껍질, 혈합육이 있다. 다만 통조림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사람이 먹기 좋은 살코기만 따로 발라내 캔에 담는다. 소비자가 보는 참치캔 한 덩어리 뒤에는 원료 해동, 자숙, 정선, 충전, 살균까지 이어지는 긴 공정이 숨어 있다.
참치 등 생선뼈 직접 잡아내 … AI 엑스레이 검사도
통조림용 참치는 대부분 냉동 상태로 공장에 들어온다. 원어는 해동 과정을 거친 뒤 고온에서 한 차례 익힌다. 이 과정을 자숙이라고 한다. 생선을 익히면 살과 뼈, 껍질이 분리되기 쉬워진다. 이후 작업자들이 참치의 껍질과 큰 뼈, 검붉은 혈합육 등을 제거한다. 이 단계에서 소비자가 먹는 흰 살코기 중심의 참치 원료가 만들어진다.
핵심은 ‘정선’ 공정이다. 익힌 참치를 사람이 직접 확인하며 먹기 어려운 부분을 골라낸다. 큰 뼈는 물론 잔가시, 껍질, 이물 등을 제거한다. 참치캔에서 가시를 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계가 대량 생산을 맡지만, 먹을 수 있는 살과 그렇지 않은 부위를 가르는 과정에는 여전히 사람의 눈과 손이 들어간다.
정선이 끝난 참치 살은 제품 용도에 맞게 나뉜다. 살코기 형태를 비교적 크게 살린 제품도 있고, 잘게 부순 플레이크 형태의 제품도 있다. 이후 캔에 참치 살을 넣고 기름이나 야채즙, 조미액 등을 채운다. 뚜껑을 밀봉한 뒤 고온·고압에서 살균하면 상온 보관이 가능한 참치캔이 완성된다.
1980년대 국내 자리잡아 … 올해 출시 44주년
가시를 제거하는 이유는 단순히 먹기 편하게 만들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참치캔은 밥반찬뿐 아니라 김밥, 샌드위치, 주먹밥, 찌개, 볶음밥 등 다양한 요리에 쓰인다. 소비자가 따로 손질하지 않아도 바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참치마요, 참치김밥처럼 아이들이 자주 먹는 메뉴에 들어가는 만큼 식감과 안전성이 중요하다.
동원참치가 국내에서 ‘국민 반찬’이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1980년대 국내에 참치캔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이후 참치캔은 생선을 손질하기 번거로운 소비자들에게 간편한 단백질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뼈를 바를 필요가 없고, 비린내가 상대적으로 적고, 보관이 쉽다는 점이 강점이었다.
물론 참치캔에 가시가 절대 들어갈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생선을 원료로 쓰는 식품인 만큼 제조 과정에서 작은 뼈 조각이 남을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자숙과 정선, 검사 과정을 거치면서 일반 소비자가 섭취할 때 거슬릴 정도의 뼈나 가시는 대부분 제거된다. 소비자가 참치캔을 ‘가시 없는 생선’처럼 느끼는 이유다.
유행은 빠르게 번지지만 그 이면은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트렌드워치’는 뜨는 소비 트렌드 뒤에 숨은 업계의 전략과 시장의 변화를 추적합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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