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수당 '월 50만원'…지친 무궁화, 일상을 선물받다

2 days ago 6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굿피플 직원들이 참전 유공자인 95세 김춘성(가명) 씨에게 ‘무궁화 선물함’을 전달하고 있다. /굿피플 제공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굿피플 직원들이 참전 유공자인 95세 김춘성(가명) 씨에게 ‘무궁화 선물함’을 전달하고 있다. /굿피플 제공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유공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추모와 감사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고령 국가유공자 상당수가 여전히 생활고와 외로움 속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적 어려움 겪는 국가유공자

6·25 참전 유공자 김춘성(가명) 씨가 혼자 생활하는 집에서 식기를 정리하고 있다. /굿피플 제공

6·25 참전 유공자 김춘성(가명) 씨가 혼자 생활하는 집에서 식기를 정리하고 있다. /굿피플 제공

6·25 참전 유공자인 95세 김춘성(가명) 씨의 하루는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다. 허리가 불편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 데도 한참 시간이 걸린다. 혼자 사는 집에서 끼니를 챙겨줄 사람은 없다. 벽 한쪽에는 젊은 시절 군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장에 섰던 시간을 보여주는 흔적이지만, 지금 김씨의 일상은 고령과 질병, 외로움, 생활고에 더 가깝다.

김씨가 참전명예수당으로 받는 돈은 월 49만원가량이다. 기초연금을 추가해도 월 7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병원비와 공과금, 약값을 내고 나면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을 마음 편히 사기도 쉽지 않다. 몸이 불편해 외출이 어려운 날이 많아 하루 대부분을 집 안에서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쟁이 끝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전장의 기억은 그의 삶에 여전히 남아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건강은 빠르게 나빠졌다. 김씨는 오래전 고혈압 진단을 받고 약물 치료를 이어오고 있다. 전립선 비대증과 탈장 등으로 챙겨 먹는 약만 한 움큼이다. 주거 환경도 열악하다. 50년 넘게 거주한 집은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천장에서 물이 새고, 겨울철에는 냉기가 집 안으로 스며든다. 화장실은 집 밖에 있어 추운 날이나 몸이 불편한 날에는 오가는 일 자체가 고역이다.

김씨만의 예외적인 사례는 아니다. 수많은 국가유공자가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가유공자의 독거 비율은 27.4%로 일반 국민 독거 비율인 15.1%보다 높다. 특히 저소득 국가유공자의 독거 비율은 58.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보훈단체 등을 중심으로 국가유공자를 위한 지원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획일적인 물품 지원만으로는 저마다 다른 사정을 세심하게 살피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캠페인에 5500명 참여

굿피플 직원들이 생필품과 식료품, 계절용품 등이 들어 있는 ‘무궁화 선물함’을 들고 있다. /굿피플 제공

굿피플 직원들이 생필품과 식료품, 계절용품 등이 들어 있는 ‘무궁화 선물함’을 들고 있다. /굿피플 제공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굿피플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저소득 국가유공자를 위한 ‘무궁화 선물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무궁화 선물함은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과 식료품, 계절용품 등을 국가유공자 가정에 전달하는 지원 사업이다. 무궁화는 ‘지지 않고 영원히 핀다’, ‘일편단심’이라는 꽃말을 지닌 꽃이다. 굿피플은 국가유공자의 헌신 역시 쉽게 잊혀서는 안 된다는 뜻을 담아 선물함 이름을 정했다. 굿피플은 국가보훈부와 지역 보훈기관 등과 협력해 도움이 필요한 국가유공자를 발굴하고, 각 가정의 상황에 맞춰 선물함을 구성하고 있다.

지난해 무궁화 선물함 캠페인에는 기부 플랫폼 해피빈과 기부 앱 알지 등을 통해 굿피플 후원자를 포함해 약 5500명이 참여했다. 고려은단, 애경, HD현대1%나눔재단, LG디스플레이 구미계장회 등 여러 기업도 동참했다. 이를 통해 약 4억원 이상의 후원금과 물품이 모였다. 굿피플은 이 후원금과 물품을 활용해 광주 530명, 부산 1380명, 대전 447명, 대구 230명, 기타 지역 23명 등 총 2610명의 저소득 국가유공자에게 무궁화 선물함을 전달했다. 굿피플은 올해 무궁화 선물함 캠페인을 생필품 지원을 넘어 주거환경 개선 사업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기부 플랫폼 해피빈을 통해 모인 후원금은 저소득 국가유공자의 생계 지원뿐 아니라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사용된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 국가유공자가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김씨의 경우 집 안에서도 낙상 위험에 늘 노출돼 있지만, 경제적 부담으로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다. 지난겨울 동파된 보일러와 비가 새는 지붕 등 노후 주거 문제도 생활 불편을 키우고 있다. 굿피플은 안전 손잡이 설치와 실내 화장실 설치 지원 등을 통해 김씨가 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올해 진행되는 무궁화 선물함 캠페인에는 hy, 고려은단헬스케어, CJ제일제당, 노브랜드, 애경 등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기업들은 생활용품과 식료품 등을 후원하며 국가유공자 지원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굿피플은 앞으로도 기업 및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확대해 더 많은 국가유공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전한다는 계획이다.

◇지속가능 돌봄 체계에 집중

굿피플은 특히 고령·독거 국가유공자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만큼 단발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생활 지원과 주거 개선뿐 아니라 정서적 고립을 해소하고 사회적 관계망을 연결하는 활동도 확대할 예정이다. 국가유공자를 위한 복지가 단순한 기념행사나 일회성 후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진행 중인 2026년 무궁화 선물함 캠페인은 굿피플 공식 캠페인 페이지와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개인 후원뿐 아니라 기업 및 단체 참여도 가능하다. 모인 후원금은 저소득 국가유공자의 생계 지원과 주거환경 개선 등에 쓰일 예정이다.

이용기 굿피플 회장은 “호국보훈의 달이 되면 국가유공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행사는 많지만, 정작 일상에서는 외로움과 생활고 속에 살아가는 분도 적지 않다”며 “국가유공자분들이 지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기업과 후원자 등이 함께 참여하는 나눔 문화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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