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문 안열린다” 물 잠긴채 신고…80대 운전자 끝내 숨져

3 hours ago 1

13일 새벽부터 수도권에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며 차량이 빗길에 미끄러져 탑승자가 사망하고 저지대 주민들이 침수로 고립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인천에서는 1시간 동안 150mm에 달하는 ‘극한폭우’가 쏟아지면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시간당 강수량이 기록되기도 했다.
● 빗길에 차 미끄러지고 실종…3명 사망
인천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13일 오전 7시 20분경 인천 중구 운서동 한 도로에서 40대 남성이 몰던 아반떼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도로 옆 호수로 추락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차량을 인양했을 때 운전자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비슷한 시각 경기 포천시 영북면 도로에서는 SUV가 신호등을 들이받으며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있던 70대 여성이 숨졌고, 70대 남성 운전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이 없는 상태다. 경찰은 빗길 미끄럼 가능성을 포함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기 김포시 고촌읍 대보천 인근에선 낮 12시 14분경 “차가 떠내려가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수색 끝에 실종 차량을 발견했으나, 8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운전자는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시각 고촌읍의 한 유치원에 빗물이 들어차 원생 10여 명이 한때 고립되기도 했다.

13일 오후 경기북부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고양시 능곡역 일대가 침수됐던 모습. (사진=독자제공)

13일 오후 경기북부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고양시 능곡역 일대가 침수됐던 모습. (사진=독자제공)
● 가평에 산사태 경보…옹진엔 150mm 극한폭우

13일 오전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인천 서구의 도로가 침수돼있다. (독자제공.재판매 및 DB금지)2025.8.13/뉴스1

13일 오전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인천 서구의 도로가 침수돼있다. (독자제공.재판매 및 DB금지)2025.8.13/뉴스1
경기 북부에는 하루 누적 200mm가 넘는 비가 내리며 곳곳에서 차량이 물에 잠기고 주민이 고립됐다. 경기북부소방본부에 따르면 낮 12시 31분 양주시 만송동 도로에서 차량 3대가 침수돼 4명이 구조됐다. 고양시 덕양구 내곡동 비닐하우스 단지 침수로 주민 6명이 구조됐으며, 양주시 장흥면의 한 산장에 고립됐던 12명은 소방 도움으로 대피했다. 남양주시는 오후 1시 2분 진접읍 부평리 하천이 범람하자 인근 저지대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파주시도 낮 12시 45분 광탄면 신우교 범람 위험으로 주민들에게 인근 초등학교로 대피하도록 안내했다. 포천·가평·양주에선 산사태 경보도 발령됐다. 산림청은 오후 1시 이후 경보를 남양주와 의정부까지 확대했다.

인천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린 13일 인천 서구 중앙시장에 물이 차오른 모습. (독자 제공) 2025.8.13/뉴스1

인천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린 13일 인천 서구 중앙시장에 물이 차오른 모습. (독자 제공) 2025.8.13/뉴스1

인천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린 13일 인천 서구 인천강남시장 주차장이 침수돼 있다. (독자 제공) 2025.8.13/뉴스1

인천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린 13일 인천 서구 인천강남시장 주차장이 침수돼 있다. (독자 제공) 2025.8.13/뉴스1
서울에도 많은 비가 내려 오전 6시 30분 동북·서남·서북권에 호우특보가 발효됐다. 물이 불어난 청계천과 안양천 등 시내 하천 29곳의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는 오후 1시 10분 동대문구 중랑천 중랑교 지점에 홍수주의보를 내렸다. 증산교 하부도로와 동부간선도로, 김포대로 개화육교 하부 등 7개 도로와 둔치 주차장 4곳도 폐쇄됐다.
인천 옹진군 덕적도에는 13일 오전 8시 14분부터 한 시간 동안 149.2㎜의 폭우가 쏟아졌다. 8월 평균 강수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 단 한 시간 만에 내린 것이다. 기상 관측망이 전국으로 확대된 1973년 이후 시간당 최다 강수량은 2016년 10월 5일 태풍 ‘차바’ 때 제주 윗세오름에서 기록된 173.5㎜로, 이번 인천 기록은 그 다음으로 많다. 지난달 전남 무안에서 기록된 시간당 140㎜ 폭우보다도 많은 수치다. 이날 서해5도를 제외한 인천 전역에는 호우경보가 발효됐다.
● 강한 비 지나고 나면 다시 폭염

서울에 호우경보가 내려지고 중랑천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13일 서울 노원구 중랑천 월릉교 인근 동부간선도로가 침수돼있다. 2025.08.13. 뉴시

서울에 호우경보가 내려지고 중랑천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13일 서울 노원구 중랑천 월릉교 인근 동부간선도로가 침수돼있다. 2025.08.13. 뉴시
철도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낮 12시 56분 경의·중앙선 일산~수색 구간과 고양~의정부를 잇는 교외선 전 구간이 선로 침수로 멈췄다. 오전 11시 56분에는 인천지하철 1호선 박촌역사가 물에 잠겨 열차가 무정차 통과했고, 오전 11시 10분에는 미추홀구 주안역 일대 집중호우로 경인국철 주안~부평 구간 운행이 약 1시간 중단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폭우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형성된 정체전선 때문으로, 14일 오전까지 수도권 등에 시간당 30~70mm의 강한 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아침 최저기온은 22~26도, 낮 최고기온은 28~34도로 예보됐다. 비가 그친 뒤에는 낮 최고 35도 안팎의 무더위가 찾아올 전망이다. 기상청은 “비나 소나기 뒤 일시적으로 기온이 내려가지만, 이후 최고 체감온도가 31도 이상 오를 것”이라며 “남부 지방과 제주도는 33도 이상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송진호 기자jino@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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