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지 눈 치우다 추락사…강원 원주선 53중 추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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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 27일 서울 중구 지하철1호선 시청역 승강장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2024.11.27.  뉴시스

눈이 내린 27일 서울 중구 지하철1호선 시청역 승강장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2024.11.27. 뉴시스
“먼저 내릴게요, 비켜주세요!”

27일 오전 8시경 서울 지하철 9호선 고속터미널역 승강장. 열차가 역사에 들어서자 급한 마음에 비집고 타려는 승객들과 미처 내리지 못한 승객들이 뒤엉키며 고성이 오갔다. 전날부터 수도권에 내린 폭설로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서 혼잡이 빚어진 것이다. 승강장에서 만난 대학생 서모 씨(22)는 “이러다 깔려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폭설로 인해 서울 지하철 2호선의 내·외선 순환 열차가 모두 30분 넘게 지연됐다. 9호선 개화역 차량기지에 쌓인 눈으로 전기 문제가 발생해 차량 출발이 늦어졌고, 5·7호선 군자역에서는 플랫폼 안전문이 고장나 일부 열차가 지연됐다. 이날 오후에는 철로에 나무가 쓰러져 열차 운행이 30분 넘게 중단되는 등 KTX와 일반열차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2024.11.27/뉴스1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2024.11.27/뉴스1
출근길 시민들은 크고 작은 불편을 겪었다. 지하철 9호선 여의도역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모 씨(28)는 “지하철 4개를 보내고서야 겨우 탔는데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아 발이 떠 있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경기 고양에서 서울 중구로 출근하는 김상민 씨(58)는 “구두를 신고 나왔더니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미끄러질 뻔했다”며 종종걸음을 옮겼다.

눈길에 시내 도로는 극심한 정체를 빚었고 고속도로에선 추돌사고도 빈발했다. 오전 5시 10분경에는 경기 하남시 상산곡동 하천 아래로 25t 트럭이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전복됐다. 인천대교에서도 차들이 눈길에 미끄러져 5분 간격으로 3차례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충북 음성군 금왕읍 평택제천고속도로에서는 양방향 구간에서 10분 간격으로 차량 10여 대가 연쇄 추돌했고, 강원 원주시 호저면 국도에서 차량 53대가 추돌해 7명이 다쳤다.

수도권과 강원지역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27일 오후 5시 49분쯤 강원 원주시 호저면 만종리의 한 도로에서 53대의 차량이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 파손된 차량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강원소방본부 제공) 2024.11.27/뉴스1

수도권과 강원지역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27일 오후 5시 49분쯤 강원 원주시 호저면 만종리의 한 도로에서 53대의 차량이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 파손된 차량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강원소방본부 제공) 2024.11.27/뉴스1
강원 홍천군 서울양양고속도로 서석터널 입구에선 오전 6시 40분경 차량 5대가 연쇄 추돌해 1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기도 화성시에선 교통사고를 통제 중이던 고속도로운영사 30대 직원이 눈길에 미끄러진 광역버스에 치여 숨졌다. 폭설로 지붕이 붕괴하는 사고도 이어졌다. 오전 8시 40분경 경기 양평군 옥천면의 한 농가에서 80대 남성이 천막형 차고지 위에 쌓인 눈을 치우던 중 갑자기 차고지 지붕과 벽면이 무너져 추락해 숨졌다. 오후 3시 6분경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선 보행로 지붕이 무너져 행인 3명이 다쳤다.

추위 속 정전 피해도 이어졌다. 오전 9시 22분경 강원 횡성 지역에서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뭇가지가 부러지며 전선을 건드려 274가구의 전력 공급이 중단돼 일대 주민들이 5시간가량 불편을 겪었다. 오전 7시경 경기 광주시 남종면에서도 약 230가구의 전력 공급이 중단됐고, 서울 성북구에서도 나무가 쓰러져 20여 가구가 정전됐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단계를 가동하고 대설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 단계로 높였다. 인천과 김포, 제주 등 전국 공항에서는 기상 악화로 인해 항공이 150편 결항됐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원주=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평택=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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