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경쟁 대신 ‘쉬엄쉬엄’…여의대로, 시민들의 운동장으로 변신
반려견·유아차·자전거까지…남녀노소 함께한 도심 속 아침
오세훈 시장도 시민들과 5㎞ 완주…“건강도시 서울 만들겠다”
서울광장·한강으로 확대…서울형 아침운동 문화 자리 잡는다
“출발!”
12일 오전 7시, 여의도공원 문화의 마당 앞 출발선. 신호와 함께 참가자들이 하나둘 도로 위로 발걸음을 옮겼다. 평일이면 자동차가 쉼 없이 달리는 여의대로는 이날만큼은 시민들의 운동장이 됐다. 누군가는 힘차게 달렸고, 누군가는 가족과 손을 맞잡고 천천히 걸었다. 반려견과 산책하듯 길을 나선 시민도 있었고, 자전거와 킥보드를 타고 바람을 가르는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기록도, 순위도 없는 도로 위에는 오로지 각자의 속도로 아침을 즐기는 시민들의 웃음만 가득했다.
서울시가 생활체육 프로그램 ‘쉬엄쉬엄 모닝’을 이달부터 정례 운영하면서 서울의 주말 아침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쉬엄쉬엄 모닝’은 마라톤처럼 기록을 겨루는 행사가 아니다. 걷기와 달리기, 자전거, 유아차, 반려견 산책 등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참여하는 서울형 아침운동 프로그램이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보다 운동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이 더 편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이날 행사에는 시민과 가족 단위 참가자, 외국인 관광객 등 3800여명이 함께했다. 러닝복과 카본화를 갖춰 입은 동호인들이 도로를 힘차게 달리는 옆에서는 어린 자녀와 손을 잡고 걷는 부모, 유아차를 밀며 산책을 즐기는 가족, 반려견과 여유롭게 걸음을 맞추는 시민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평소에는 자동차가 차지했던 공간이 세대를 아우르는 시민들의 운동 공간으로 변한 것이다.
행사장은 출발선만큼이나 도착 지점도 활기가 넘쳤다. 완주한 시민들은 서로 사진을 찍고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아침 운동을 마무리했다. 한쪽에서는 스트레칭이 이어졌고, 다른 한쪽에서는 ‘찾아가는 서울체력장’을 체험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단순히 달리기 행사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체력을 점검하고 건강관리 방법을 확인하는 생활체육 축제의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프로그램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제안으로 지난 3월 처음 시작됐다. 당시 시범 운영에는 모두 2만5726명이 참여했고, 만족도는 90.4%, 재참여 의향은 96.1%에 달했다. 기록보다 건강, 경쟁보다 즐거움을 앞세운 방식이 시민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서울시는 하반기부터 정례 운영을 결정했다. 시민 호응이 정책 확대의 동력이 된 셈이다.
오세훈 시장도 이날 운동복 차림으로 시민들 속에 섞여 행사에 참여했다. 출발 전 참가자들과 함께 몸을 풀며 인사를 나눈 오 시장은 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뒤 선두 그룹과 함께 여의도공원에서 마포대교를 왕복하는 5㎞ 코스를 완주했다. 결승선에서는 한 명 한 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완주를 축하했고, 이어 행사장에 마련된 서울체력장을 찾아 배틀로프 등 체력 측정 프로그램도 직접 체험했다. 시장이 무대 위에서 행사를 지켜보는 대신 시민들과 함께 걷고 뛰며 프로그램의 의미를 공유하는 모습이었다.
오 시장은 “쉬엄쉬엄 모닝이 시민들의 뜨거운 참여에 힘입어 서울을 대표하는 주말 아침 운동 문화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며 “주말 아침 몇 시간만큼은 도로가 시민의 운동장이 되고, 시민들이 걷고 뛰며 건강을 누리는 도시가 서울의 새로운 일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삶의 질이 높은 글로벌 도시의 첫 번째 조건은 시민의 건강”이라며 “강철체력, 활력서울을 실현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쉬엄쉬엄 모닝’은 여의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서울시는 오는 19일과 26일에는 서울광장을 출발해 세종대로와 숭례문을 잇는 도심 코스를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앞으로는 한강 교량과 주요 공원까지 무대를 넓혀 시민들이 집 가까운 곳에서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서울형 아침운동 문화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자동차가 달리던 도로가 시민의 건강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는 변화가 서울 곳곳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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