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브로모디페닐에탄(DBDPE)은 플라스틱, 전자제품, 섬유 등에 불이 잘 붙지 않도록 첨가하는 난연제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에도 내·외장재, 전장부품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작년 7월 호주 정부는 갑자기 DBDPE를 ‘관리 대상’에 포함하면서 관련 물질의 제조·수입·수출·사용을 2027년 1월부터 금지한다고 밝혔다.
호주는 한국이 세번째로 많은 자동차를 수출하는 국가다. 재도 시행까지 2년 가량의 유예 기간을 줬지만 국내 자동차 기업들이 물질 사용 여부를 단기간 내에 조사하고 대체 가능성을 검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국내 산업계와 정부는 통상 역량을 펼친 끝에 유예기간을 5년 더 늦췄지만, 앞으로 대체 소재를 발굴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게 됐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기업들이 요즘 매일같이 겪고 있는 ‘기술무역장벽’의 한 사례다.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작년 세계무역기구 회원국이 제정하거나 개정한 무역기술장벽은 총 5206건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급증했다.
한국 정부가 해당국을 대상으로 협의에 나선 건수 역시 함께 늘고 있다. 2022년 155건이었던 협의 건수는 2023년 170건, 2024년 171건으로 꾸준히 늘다가 작년에는 376건으로 증가했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된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이같은 무역장벽은 ‘방패’를 가장한 ‘창’이다. 기업과 행정기관의 한정된 시간과 돈, 인력을 출혈토록 하는 장치기 때문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이같은 장치를 활용해 암묵적으로 자국내 투자 유치하고 있다는 증언들이 나온다.
이같은 비관세 장벽은 디지털, 탄소중립, 인공지능(AI) 등 다방면에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거대 시장인 미국과 EU가 무역 장벽을 높이면서, 한정된 대체 시장을 두고 수출 국가들은 더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응 방안은 두가지다. 우선 기업들이 수용해야 할 부분은 받아들여야 한다. 뛰어난 품질과 가격경쟁력만으로 경쟁하는 데서 나아가, 상대 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를 복합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두번째는 대응을 더 정교화하는 것이다. 각국 무역장벽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국내 기업들과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력을 육성하고 투자해야 한다. 산업계와 관련 정부 기관은 “무역장벽에 대해 정교하게 대응할수록 문제가 빨리 해결되고, 기업들의 체감도도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전문 인력에 예산 등을 더 투입하고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강인선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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