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8년 반도체 투톱 법인세 40조원
업황 꺾이고 2019~2020년 세수 반토막
귀한 세금, 미래세대 쓸 재원으로 아껴야
유행가 가사 같은 쨍하고 해 뜰 날이 개인의 운수대통에 국한되진 않을 것이다.
2017~2018년의 ‘나라 곳간’이 그랬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코리아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곳간을 크게 살찌웠기 때문이다. 국세에서 한자리하는 세목(稅目)이 법인세인데, 당시 반도체 시장 호황에 두 회사가 2년간 낸 법인세가 40조원에 달했다. 호황 사이클 진입 전인 2015~2016년 납부액(16조원) 대비로 2.5배에 달한다. 국고에 그야말로 운수 대통이었다.
평균을 깨고 튀어나오는 이런 아웃라이어를 재정학에선 ‘초과 세수’로 부른다. 최초 예산안을 짤 때 추계했던 세수보다 많이 걷힌 것들이다.
국민 입장에선 기업이 돈벌이를 잘해서 나라 곳간을 살찌웠으니 손뼉을 칠 일이다. 그런데 예산 담당 공무원들은 이 단어가 등장할 때 본능적으로 긴장한다.
애초 세수 예측 과정에서 변수를 살피지 못한 책임 추궁이 첫째다.
그다음 이유가 중요한데, 갑자기 폭증한 세수를 어디에 써야 할지 상부에 ‘똘똘한 답’을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초과 세수에 들뜬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는 9할 이상이 요행인 이 초과 세수를 실력의 총합으로 여기며 국정운영과 정당 ‘지지율 상승’의 불쏘시개로 쓸 것이다.
그 눈높이에 맞춰 부처 공무원들은 참신하고(이전 정부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화끈한(모든 국민이 체감하는) 신사업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청와대 고위 참모의 ‘AI 국민배당제’ 논란은 이런 조급함의 신호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초과 세수’와 ‘초과 이윤’ 개념이 혼재된 주장에 ‘반도체발 호황’ 이슈까지 더해졌으니 반(反)기업의 냄새가 났고, 당장 코스피가 출렁였다.
기업 팔 비틀기, 사회주의 발상임을 주장하는 야당에 급기야 대통령이 나서 참모의 정책 아이디어를 옹호했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국민은 정책의 상표권자가 누구인지 파악했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 AI 국민배당제 자체의 타당성을 따질 생각은 없다. 애초 대통령실 참모의 장황하면서도 조악한 설명만으로 정책 개념을 규정하는 일 자체가 코끼리 다리 하나 만져놓고 전체 형상을 상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청와대 출입 경험에 비춰보면 이번 논란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공화당의 합작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을 기억하는가.
그 강렬하고 상징적인 이름처럼, 현 정부의 확장재정 의지를 담은 각종 본예산·추가경정예산 사업 아이디어가 다양하게 등장할 것이다.
착각은 곤란하다.
평균을 깨는 세수의 ‘쨍하고 해 뜰 날’은 대체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기자가 두 회사의 과거 사업보고서를 확인해보니 현실이 그렇다. 2019~2020년 반도체 투톱의 법인세 납부액은 20조원. 직전 2개 연도(40조원)에서 반으로 쪼그라들었다.
기업의 실적 개선은 업황 변화에 따른 일시적 요인인지라, 이를 기반으로 정부가 장기 사업 계획을 짜는 건 다음 정부에 재정의 시한폭탄을 넘기는 것과 다름없다.
증시의 투기적 상승 국면에서 모두가 입을 조심하지만 지금의 반도체 초호황은 호르무즈해협 경색 장기화, 글로벌 신용 리스크와 금융 불안, 기축통화국의 통화정책 전환 등 여러 변수로 언제든지 급반전할 수 있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는데 문제의 청와대 참모 글에서 ‘한국형 골디락스(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황) 국면’이라는 장빗빛 표현을 마주했을 때 기자는 두 눈을 의심했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 반도체 호황이 만든 초과 세수를 허튼 데 쓰지 않고 임기 중 국가부채 비율을 5%포인트만이라도 낮춘다면.
아마도 전(全) 세대가 기억하는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다. 나랏빚 시름을 덜어낸다는 건 단순한 재정 지표의 개선이 아니다. 미래 세대에게 투자할 기회의 공간을 확 늘려주는 일이다.
2017~2018년 문재인 정부가 반도체 투톱의 그 귀한 선물을 받고도 나랏빚을 크게 늘렸다.
안타깝게도 ‘AI 국민배당제’ 논란은 정(正)방향의 정책 의지와 사고 회로가 과거 실패한 정부처럼 닫혀 있음을 가리키는 신호에 가까워 보인다.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파업위기 주춤한 삼전 시총추월 노리는 하닉](https://image.edaily.co.kr/images/content/defaultimg.jpg)





!["아아 팔아 갖고는"…치킨·볶음밥까지 내놓은 커피전문점 '속사정' [트렌드+]](https://img.hankyung.com/photo/202604/01.43949627.1.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