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본시장 규제강화하자
정책과정 경험한 官출신 주목
단순 송무에서 규제 대응 전환
“전관예우 경계해야” 지적도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툴 수 있는 변호사는 많아요. 하지만 정책기관의 실무를 속속들이 알고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은 로펌 업계에서도 희소합니다.”
주요 로펌이 경제부처와 유관기관 출신 전관을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과 자본시장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과징금 등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형 로펌들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에서 자문 인력을 대거 수혈하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경제부처 출신 전관을 2022년 1명, 2023년 3명, 2024년 5명 영입했지만 지난해에는 10명으로 대거 늘렸다. 대부분 공정위·금융위원회·금감원·한국거래소 출신이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최성일 고문(전 금감원 부원장), 최광식 고문(전 금감원 회계조사국장) 등 8명을 추가로 영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가 형사처벌보다 과징금과 영업제한 등 경제적 제재를 활용해 기업 규제를 신속하게 집행하려는 기조와 맞물려 있다.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은 법무부·대검찰청 업무보고에서 “형사처벌을 하려고 하면 수사, 기소, 재판을 해봐야 몇 년이 지난 다음에 기껏해야 집행유예를 받아서 효과가 거의 없다”며 “실효적인 제재는 경제 제재”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로펌의 업무 중심이 단순 송무에서 상시 자문과 규제 대응으로 넓어지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법률 지식뿐 아니라 정책 수립과 행정 집행 과정을 경험한 경제부처 출신 인력이 주목받는 이유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비롯한 대형 로펌들의 움직임도 다르지 않다. 세종은 지난해 지철호 전 공정위 부위원장과 임성빈 전 서울국세청장에 이어 올해 민병진·조효제 전 금감원 부위원장보를 각각 영입했다. 율촌은 국무총리실 출신인 박창호 고문, 한국산업은행 출신인 이영재 고문이 최근 합류했다.
변호사 중에서도 법원·검찰보다 경제부처 출신이 약진하는 모양새다. 올해 율촌에 들어간 이영혜·윤상혁 변호사는 각각 금감원과 공정위에서 법률 업무를 맡았다. 광장 금융규제팀에 공동 팀장으로 합류한 신상록 변호사는 금융위를 두루 거쳤고, 오규성 변호사는 창원지법 부장판사 출신이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공정위를 거쳤다.
대형 로펌 한 변호사는 “주요 로펌은 검찰이나 법원 출신 법률가가 많지만, 규제기관에서 실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는 변호사는 매우 드물다”며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검사보다는 행정규제 전문가 수요가 더욱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코스피·코스닥 부양과 증시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선 가운데, 한국거래소 출신도 인기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지배구조·전략·회계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받아야 하고 정부도 부실기업의 ‘묻지마 상장’을 줄인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충연 전 코스닥시장본부장(세종), 김기용 전 기업기술상장심사팀장(율촌)이 올해 로펌에 들어갔다.
방산 분야를 강조하고 있는 화우는 방위사업청 출신인 김시철 고문, 정원·이인희·김민규 변호사를 영입하는 등 로펌마다 전문 분야를 강화하는 모습도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로펌의 인재 영입이 공직사회의 전관 문화로 연결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전관이라고 해서 공식 라인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불가능하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외부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공직자의 민간 재취업에 대해 정부가 주의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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