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안보고 계약하겠다더니"…하루 만에 '분위기 반전'

10 hours ago 3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성동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성동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10·15 대책(10·15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서 발표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가 본격 시행되며 서울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고 가격 상승률도 반토막 났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거래 절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27일) 기준 서울 집값은 0.23% 상승했다. 서울 전역은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후에도 0.5% 상승을 이어갔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상승률이 절반 미만 수준으로 줄었다.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지난 16일부터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을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20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묶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종전 70%에서 40%로 축소되고 시세에 따라 주택담보대출한도가 추가로 줄었다. 여기에 더해 주택 매수 시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도 차단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서울 주택 거래량은 크게 줄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14~20일)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거래는 2493건에 달했지만, 넷째 주(21~27일)는 97건으로 96.2% 급감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거래가 1건 이상 발생한 자치구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양천구, 동작구, 구로구, 동대문구, 서대문구 등 9곳에 그쳤다. 나머지 16개 자치구에서는 매매 거래가 1건도 없었다.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스1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스1

10·15 대책 이전 매수세가 쏠렸던 성동구 옥수동의 A 공인중개 관계자는 "19일까지 막바지 수요가 몰려 정신없이 바빴는데, 20일부터는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인 상태"라며 "수요자들이 모두 관망으로 돌아선 상황에서 가게를 굳이 열어둬야 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성동구와 같이 '한강 벨트' 지역인 마포구의 B 공인중개 관계자도 "20일 전까진 집도 안 보고 계약하겠다는 막차 수요가 몰렸는데, 이제 매수는 문의 전화도 없다"며 "인형 눈이라도 붙여야 할 판"이라고 헛웃음을 지었다.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0.48% 상승을 기록한 송파구다. 10·15 대책 이전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었기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결과로 풀이된다. 가락동 '래미안파크팰리스' 전용면적 114㎡가 23억9000만원(17층),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 59㎡도 29억6000만원(9층)에 신고가를 썼다.

재건축 단지 수요도 이어졌다. 신천동 '장미1차'는 전용 82㎡가 32억원(12층), 전용 99㎡는 35억원(10층)에 팔려 이전 최고가를 갈아치웠고 '장미2차'도 전용 99㎡가 36억7000만원(8층)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 82㎡는 43억7500만원(9층),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192㎡ 역시 37억9000만원(5층)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어 동작구가 사당·흑석동 주요 단지 위주로 0.44%, 강동구가 암사·고덕동 대단지 위주로 0.42% 올랐고 양천구는 목·신정동 위주로 0.38% 상승했다. 성동구는 행당·금호동 위주로 0.37%, 마포구도 도화·염리동 중소형 규모 위주로 0.32% 상승세를 보였다.

사진=한국부동산원

사진=한국부동산원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매수문의와 거래가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시장을 관망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실거래가격이 상승하며 서울 전체가 오름세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4% 상승하면서 전주 0.13% 대비 오름폭을 키웠다. 송파구가 잠실·방이동 주요 단지 위주로, 강동구는 둔촌·암사동 위주로 0.33%씩 뛰었고 양천구는 목·신정동 위주로 0.21%, 용산구는 이촌·한남동 위주로 0.19% 올랐다. 서초구와 성동구도 각각 잠원·서초동 구축과 행당·하왕십리동 위주로 0.16%씩 상승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전세 매물 부족이 이어지면서 전세 호가가 오르고 있다"며 "오른 호가에도 역세권과 대단지 등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수요가 이어지면서 서울 전체 전셋값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