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증시 뛰자 다시 ‘영끌’… 5대銀 가계대출 이달 6조 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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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까지 하루 평균 2102억씩 늘어… 작년 8월 이후 증가 속도 가장 빨라
농협銀, 주담대 갈아타기 중단 등… 주요 은행들 대출 수요 억제 나서
정부 “3단계 DSR 보고 대책 검토”

새 정부 들어 부동산 시장 거래가 살아나면서 가계대출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19일까지 5대 은행에서만 4조 원 가까이 대출이 불어나는 등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빠른 증가 속도를 나타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새 정부 들어 부동산 시장 거래가 살아나면서 가계대출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19일까지 5대 은행에서만 4조 원 가까이 대출이 불어나는 등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빠른 증가 속도를 나타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며 가계대출이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 상승도 가계대출 급증에 영향을 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택담보대출과 증시 투자를 위한 신용대출 등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투자) 열풍이 다시 시작되면서 가계대출은 이달 말까지 6조3000억 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 부동산-증시 급등에 ‘영끌’ ‘빚투’ 늘어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749억 원으로, 5월 말(748조812억 원)보다 3조9937억 원 늘어났다. 이는 하루 평균 약 2102억 원씩 증가한 수치로, 일평균 증가액 역시 지난해 8월(3105억 원) 이후 가장 높다. 이달 말까지 이러한 추세가 유지되면 이달 가계대출은 총 6조3000억 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월간 증가 규모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8월(+9조6259억 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새 정부 들어 부동산 상승세에 급증한 주택담보대출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9일 기준 596조6471억 원이었다. 5월 말(593조6616억 원)과 비교해 이달 들어 19일 새 2조9855억 원 늘었다. 이러한 추세라면 월말까지 4조7000억 원 이상 불어 5월 증가 폭(+4조2316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와 매매 중 고민하다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 판단하고 매매로 기울어 주택담보대출을 서두르려는 대출 상담자가 많다”고 말했다.

코스피 3,000 돌파 등에 따른 증시 투자자금 수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 상승세에 신용대출로 자금을 조달해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신용대출 잔액도 증가세인 것. 신용대출 잔액은 5월 말 103조3145억 원에서 이달 들어 19일 기준 104조4027억 원으로 무려 1조882억 원 증가했다. 이달 하루 평균 증가액(573억 원)이 5월 하루 평균 증가액(265억 원)의 두 배를 웃돌고 있다.

● 추가 대출 규제 나오나… 금융당국 골머리

새 정부 들어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자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주 시중은행 부행장들을 불러 가계대출 관리를 요청했지만 ‘패닉 바잉’이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 기대감에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추가 규제 우려가 맞물린 탓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3단계 스트레스 DSR로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미리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받아두려는 수요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일단 주요 은행은 대출 수요 억제 조치에 나섰다. NH농협은행은 24일부터 다른 은행의 대면·비대면 주담대 갈아타기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SC제일은행은 18일부터 주담대 만기를 최장 50년에서 30년으로 줄였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3단계 스트레스 DSR로 대출 규제가 새롭게 시작되는 만큼 추이를 더 지켜보고 추가 대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NH농협, SC제일은행이 이번에 자율적으로 대출 수요 억제 조치에 나선 것처럼, 당장은 은행별 가계대출 목표치 점검 등으로 은행의 자율 규제를 요청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계속 상황이 악화되면 추가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전세자금대출에도 DSR을 적용하거나 주담대 관련 은행권 자본비율 규제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동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종전 1.5%에서 0.8%로 대폭 낮춘 바 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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