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동탄신도시 베드타운 결사 반대한다!"
29일 오전 동탄역에 내려 밖으로 나오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현수막입니다. '베드타운'은 주민 대부분이 인근 대도시로 출퇴근하고 잠을 자러 돌아오는 '침실' 역할만 한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현수막 문구가 과장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리보고 저리봐도 아파트가 즐비한 가운데, 인근 상가는 텅 빈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상가 내 한 카페 관계자는 "평일에는 사람이 잘 없고, 주말에나 좀 사람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동탄 신도시는 상권별로 편차가 크지만, 이렇게 공실 정도가 심하거나 한적한 상가가 적지 않습니다. 한 공인중개사는 "직장인들이 다 서울로 가버리니 낮에 장사가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 오전 6시에 나가 밤 9시 넘어 돌아온다
텅 빈 동탄 상가와 대조를 이루는 사당역 4번 출구 앞 경기도행 광역버스 정류소. 이곳에는 퇴근하려는 경기도 거주 직장인들로 줄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퇴근에만 2시간30분씩 걸린다는 김덕용 씨(30)는 "퇴근하고 버스 타러 사당에 오면 매일 에버랜드 티익스프레스 놀이기구를 기다리는 기분"이라며 "대기가 적은 오후 8시30분 이후까지 서울에서 운동을 하거나 저녁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 귀가하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오전 6시쯤 나와 밤 9시가 넘어 들어갈 때가 많은데 집 주변에서 소비할 여유가 "고 반문했습니다.
출근길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출근 시간대 사당역 2호선 승강장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강남 방향 지하철을 타려고 대기했지만, 줄이 너무 길어 두 대를 보내고서야 겨우 올라탈 수 있었습니다. 객차 내부 역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앞서 광역버스에서 내린 직장인들이 왜 사당역으로 뛰어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인구가 늘어난 데다 사당역에서 다시 강남 방향 지하철로 갈아타려는 수요까지 한꺼번에 몰리면서 현장은 혼잡 그 자체였습니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서울시 인구는 10년 전 1002만명에서 930만명으로 7.2% 감소했습니다. 반면 경기도 인구는 같은 기간 1252만명에서 1374만명으로 9.7% 증가했습니다. 이는 서울 집값 상승과 신도시 개발 등의 영향으로 서울 인구가 경기권으로 이동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에 출퇴근 수요가 함께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경기연구원이 한국교통연구원의 '국가교통조사'를 분석한 결과, 2010년 하루 401만건이던 경기도 출근 통행량은 2022년 623만건으로 55.4% 늘어났습니다. 이 가운데 경기에서 서울로 향하는 통행량은 하루 116만건에 달했습니다.
그사이 GTX-A 일부 노선 개통 등으로 교통 인프라가 확충됐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경기연구원이 2022년 기준 SK텔레콤의 통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동시간을 추정한 결과 경기 각 지역에서 강남까지는 평균 88.8분, 강북은 108.6분, 여의도는 91.7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경기도 안에서도 편차가 컸습니다. 강남역 기준 과천(31.9분)·성남(36.8분)·안양(46.9분)·구리(49.4분)·군포(54.0분)·광명(54.5분)·하남(55.1분)·부천(59.2분) 등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은 1시간 이상 소요됐습니다.
◇ 쏟아지는 GTX 공약
이처럼 출퇴근 문제가 경기도민들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6월 3일 지방선거에 출마한 경기도지사 후보들은 저마다 교통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GTX A·B·C 노선의 차질 없는 추진과 GTX D·E·F 노선의 국가철도망 반영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경기도의 '더 경기패스'와 서울시 '기후동행카드'를 연계한 '수도권 원패스'도 공약에 담았습니다. 좌석 예약제 광역버스인 '경기 편하G버스' 확대도 포함했습니다.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는 GTX 추진과 광역버스 확충, 수요응답형교통(DRT), 자율주행 셔틀 확대를 약속했습니다. 경기 남부·서부·동부·북부를 잇는 '반도체 고속도로'를 통해 산업 거점 간 이동 수요를 분산시키겠다는 구상도 밝혔습니다.
조응천 개혁신당 후보는 경기도에 'GTX 통합대응본부'를 설치해 정차역과 환승센터, 연계버스, 보행 접근성, 인허가 문제 등을 통합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GTX 개통 시점에 맞춰 환승 광역버스 노선을 동시에 가동하고 정류장 단말기 태그를 활용해 줄을 서지 않고 탑승을 기다리는 '캐치버스' 도입도 공약했습니다.
◇ 전문가 "교통만으로는 베드타운 막기 어려워"
그러나 전문가들은 GTX 등 교통 인프라 확충이 오히려 지역의 베드타운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오주석 고려대 스마트도시학부 교수는 "GTX는 출퇴근 시간을 줄이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서울의 상권과 문화시설로 소비를 집중시키는 '빨대효과'를 키울 수 있다"며 "자족 기능 대책 없는 교통망 확충은 경기도 외곽 도시를 베드타운으로 고착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흔한 도시 계획이 아니라 다른 곳에는 볼 수 없는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소멸 리포트팀이 찾은 세종시 상권도 유사한 상권을 계속 만든 게 문제라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양욱재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결국 기업과 일자리 유치가 필수적이지만 현실적으로 경기도 도시들이 서울과 직접 경쟁해 기업을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다"며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특화산업을 발굴하고 GTX 역세권을 중심으로 유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GTX 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다핵형 도시구조를 구축하고 연계 교통망과 장기적인 도시계획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서울로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일자리와 소비, 생활이 순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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