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전 11시께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아파트와 빌라가 늘어선 주택가 한복판에 100m가 넘는 대기 줄이 늘어섰다. 건물 반 바퀴를 감싼 긴 행렬에는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각지에서 찾아온 소비자들이 여럿 있었다.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거나 특정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베이커리 25곳이 한자리에 모인 ‘빵력장터’를 찾아온 이들이다.
인천에서 왔다는 진모 씨(20)는 “평소 멀어서 가기 어려웠던 유명 빵집 제품을 살 수 있다고 해서 왔다. 오는 데 1시간30분 걸렸지만 빵을 워낙 좋아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빵집이 넘쳐나는 시대, 이처럼 '쉽게 접할 수 없는 빵'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베이커리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단순한 맛을 넘어 ‘희소성’이 소비를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떠올랐다.
전국 유명 베이커리 총출동하자 소비자 '북적'
이날 열린 빵력장터는 베이커리 커뮤니티 ‘빵모닝’이 주최한 팝업스토어(팝업)다. 약 992㎡(300평) 규모로 조성된 공간에 전국 25개 유명 베이커리를 한데 모았다. 2024년 백화점 내 소규모 행사로 시작했지만 빵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올해는 별도 공간을 마련해 규모를 키웠다.
행사장에서는 수원 치즈케이크 전문점부터 경북 김천 베이글 맛집, 대전 샌드위치 브랜드까지 전국 각지의 베이커리들이 참여해 제품을 선보였다. 이들은 모두 오프라인 매장이 없거나 온라인 판매만 진행하는 업체. 평소 쉽게 접할 수 없어 오프라인 팝업이 열리자 이목을 끌었다. 계산을 마치고 매장을 나서는 이들 손에는 크럼블과 콩볼, 떠먹는 케이크 등 최근 인기를 끄는 빵이 담긴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이날 개점 시간보다 30분 일찍 와서 줄 섰다는 양모 씨(27)는 “평소 식사를 밥 대신 빵으로 먹을 정도로 빵을 즐겨 먹는다”며 “오프라인 매장이 없거나 온라인 마켓만 운영하는 빵집의 제품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포화한 빵 시장…성공 비결은 '희소성'
업계는 국내 베이커리 시장이 고성장 단계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저트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규 브랜드 진입이 활발해졌고 그만큼 경쟁은 치열해졌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실제 지난해 국내 제과제빵 브랜드 수는 342개로 전년(303개) 대비 12.9% 늘었다. 삼일PwC 경영연구원은 이달 발간한 베이커리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국내 베이커리 전문점 수는 인구 10만명당 54개로 일본(10개) 대비 5배 이상 높다”며 “시장 포화도가 크다”고 분석했다.
포화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희소성’이 핵심 차별화 포인트로 떠올랐다. 쉽게 접할 수 없다는 점 자체가 소비자 관심을 끌고 구매 동기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동하면서다. 손쉽게 빵을 살 수 있는 프랜차이즈 매장보다 ‘오픈런’하거나 길게 줄 서야 구할 수 있는 소규모 빵집에 소비자 발길이 몰리는 이유다.
대표적 사례가 대전의 유명 베이커리 성심당이다. 성심당은 1956년 설립 이후 ‘대전 외 지역에는 매장을 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뒤 서울 주요 상권이나 백화점 팝업 등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다른 브랜드와는 다른 행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전략은 오히려 소비자 방문 욕구를 자극하며 높은 충성도로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베이커리 브랜드 구매추정액 순위에서 성심당은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특히 젊은층 호응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2030세대의 성심당 구매추정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7% 늘며 4050세대(20.8%)보다 두 배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트렌드와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희소성 전략이 더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격 보다 경험…변화한 희소성 소비
소비자들이 긴 대기행렬을 감수하면서까지 ‘구하기 어려운 빵’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소비자들이 값비싼 상품을 구매하기보다 시간을 들여 특별한 경험을 얻는 데 더 큰 가치를 두게 된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호영성 대학내일20대연구소 소장은 “희소한 대상에 끌리는 현상은 새로운 트렌드가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져 온 인간의 기본적인 소비 욕구”라며 “과거에는 이러한 욕구를 명품이나 고가 상품을 통해 드러냈다면 최근에는 한정된 시간을 남들과 다른 경험을 만드는 데 사용하려는 경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러면서 “무엇을 소유했는지보다 '무엇을 경험했는지'가 중요해지면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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