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민(오른쪽)이 4일 KLGPA 투어 첫 메이저 대회 크리스에프앤씨 제47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어머니와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
"'언제 효도할래?' 하셨는데 오늘은 진짜 효도한 것 같아 너무 기뻐요."
홍정민(23·CJ)은 우승의 순간 늘 자신과 함께 하는 어머니를 생각했다. 힘겨운 병마도 떨쳐내고 감격의 순간을 맛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기 때문이다.
홍정민은 4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CC 산길·숲길 코스(파72)에서 열린 2025 한국여자프로골프(KLGPA) 투어 첫 메이저 대회 크리스에프앤씨 제47회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3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4오버파 76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홍정민은 통산 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2020년 입회한 홍정민은 2022년 5월 이후 통산 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스트로크 플레이로만 따지면 9차례 준우승을 경험한 뒤에야 드디어 들어올린 우승 트로피였다.
경기 후 스스로도 "첫 우승과 같은 느낌"이라는 홍정민은 "이번 우승을 토대로 자신감을 얻어서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앞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환한 미소를 보였다.
어프로치샷을 시도하고 있는 홍정민. /사진=KLPGT 제공 |
특히 첫 우승 후에도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미끌어 졌고 포기까지 생각했다. 단순히 실력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홍정민은 깜짝 고백을 했다. "우승을 했으니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2022년) 첫 우승 이후 공황장애와 자율신경 이상으로 힘들었다. 피부 알러지도 원인 불명으로 일어났다. 스트레스가 주 원인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컨디션이 100% 회복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승 다음 시즌 초반에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가 몸이 급격히 이상해지는 걸 느꼈다. 한 걸음을 떼는 것도 힘들 정도로 많이 아팠다. 단순한 컨디션 저하가 아닌 것 같아 병원에 갔는데 그런 진단을 받았다"며 "작년까진 부담감이 심했고 성적도 저조해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고 전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되돌아보며 반성하는 스타일인데 오히려 이러한 성향이 병을 더 키웠다. 홍정민은 "대회 후 복기를 할 때 너무 객관적으로 질책하고 자책하면 심하게 증상이 나타났다"며 "작년까진 부담감이 심했고 성적도 저조해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늘 옆에서 함께 하는 어머니가 힘겨운 순간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홍정민은 "힘들 때마다 '괜찮아, 괜찮아'라고 위로를 해주시는데 큰 힘이 됐다"며 "(필드에서) 항상 여유가 없어 간식을 잘 못 챙겨먹는데 챙겨주시는 것도 여유를 찾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정민(왼쪽)이 우승 후 동료들로 축하 물 벼락을 맞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
언제 어떻게 통증이 찾아올지 모르는 딸과 늘 동행하며 헌신하는 어머니다. 우승 후에도 4차례나 더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는 홍정민의 곁엔 늘 어머니가 있었다. 유일한 여가 생활이라고는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영화를 보는 것 이라고 할 정도로 친구 같이 돈독한 사이로 지내고 있다.
그렇기에 이날 우승의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것도 어머니였다. 홍정민은 "항상 어머니가 생신 때 대회가 있었다"며 "'언제 효도할래'라고 하셨는데 오늘은 진짜 효도를 한 것 같아 너무 기쁘다"라고 말했다.
우승을 통해 자신감도 얻었고 어머니의 도움 속에 이젠 약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만큼 몸 상태도 많이 좋아졌다. 홍정민은 더 높은 곳을 꿈꾼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을 때 해외 무대 도전에 나섰으나 아쉬움을 남겼던 그는 "계속 우승을 하면 미국 투어에 다시 도전하고 싶다고 했는데 여전히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서라도 당장의 눈앞의 과제들을 해결해내는 게 급선무다. 바로 오는 6월 12일부터 레인보우힐스에서 열리는 DB그룹 한국여자오픈이다. "홍정민은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해보고 싶다"며 "자율신경 이상으로 많이 힘들었던 대회다. 첫 날 선두를 달리다가 많이 미끄러졌다. 이번주의 좋은 샷감과 퍼터감을 잘 유지해서 한국여자오픈도 꼭 우승하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홍정민이 우승 후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