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중고 가격 맞아요?"…'뜻밖의 호재'에 미소 짓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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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배값이 새 선박 가격의 턱밑까지 올라왔다. 이에 따라 새 선박을 주문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퍼지면서 새 선박 가격도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의 수주 가격 협상력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5년 된 중고선이 새 선박값 육박…가격 협상력 커지는 '조선 빅3'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선령 5년 기준) 가격은 1년 전보다 8.6% 높은 1억2400만달러(약 1828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기간 가격이 2.4% 내려간 같은 등급의 새 원유운반선(1억2850만달러·약 1894억원)과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1만5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도 중고선가가 오르고 신조선가는 내리면서 중고 가격이 새 제품의 86%까지 높아졌다.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역시 중고선가가 6700만달러(약 987억원)로 상승하면서 신조선가(7500만달러·약 1105억원)와의 가격 차이가 10%로 좁혀졌다. 국내 조선사 관계자는 “3대 선종의 신조선가 대비 중고선가 비율이 최근 5년간 평균 80%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현재 모두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중고선가는 통상 단기 해상 운임 전망이 좋아질 때 먼저 움직인다. 중고 선박 시세는 운임으로 벌어들일 미래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신조선을 발주하면 인도까지 3~4년이 걸리지만, 중고선은 매입 즉시 투입이 가능해 중고 가격이 새 선박과 비슷해지는 경우가 있다. 단기 시황에 자신감이 생긴 선주일수록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배에 프리미엄을 얹어 사는 구조다. 발틱익스체인지가 집계하는 사우디 라스타누라~중국 닝보 노선의 원유운반선 운임지수(WS)는 1년 전 WS47에서 이달 WS112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중고선가 강세가 이어지면 신조선가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선주가 새 선박을 주문할 때는 ‘인도 뒤 중고로 팔면 얼마를 건질 수 있나’를 전제로 투자수익률을 계산한다. 중고선가가 오르면 신조선의 잔존가치가 뛰고, 같은 운임을 가정해도 선주가 감내할 수 있는 신조선가가 높아진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에 중고선가 강세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선가가 높을수록 선주는 신조선가 인상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약해지고, 조선소는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선박 건조 일정이 3년 치 일감으로 꽉 찬 상황에서는 조선사들도 가격을 낮춰 수주에 나설 필요가 없다”며 “여기에 중고가도 오르면 지금 계약하지 않으면 더 비싸진다는 심리가 붙는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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