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문제 발견을 위해, 사용자 여정 함께 걸어보기

1 day ago 6

안녕하세요, 토스뱅크의 UX Researcher 정영은입니다.

여러분은 토스뱅크의 ‘목돈 굴리기’ 서비스를 알고 계신가요? ‘목돈 굴리기’는 채권, 발행어음, RP, ELB/DLB 같은 비교적 생소한 금융 상품을 모아서 보여주는 서비스예요. 토스뱅크는 이 상품을 더 잘 소개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지만, 실제 이용자 수는 쉽게 늘지 않았어요.

“왜 이용자가 늘지 않을까?” 이 질문은 제가 토스뱅크 UX Researcher로 입사해 처음 마주한 과제였어요.

여정을 보기로 했다

‘좀처럼 늘지 않는 이용자수’에 대해 처음 제품팀이 가지고 있던 물음표들은 아래와 같았어요.

  • 탐색 구조가 너무 복잡한가?
  • 광고를 잘못된 채널에 하고 있나?
  • 서비스명이 직관적이지 않은가?
  • 한 번 이용한 사용자는 왜 지속적으로 이용하는거지?

이런 물음표들을 마주하면서, 저는 ‘기준’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광고 채널이 잘못됐다’는 말은 어떤 기준인지, 탐색 구조나 서비스명이 ‘직관적이지 않다’는 것도 사용자 입장에서 어떤 경험을 근거로 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죠. 사용자가 실제로 이 서비스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문제를 정확히 짚기 어려웠어요.

여러분은 채권이나 발행어음 같은 상품에 대해 잘 알고 계신가요? 주변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주식이나 코인에 비해 친숙하지 않고, 재테크를 꽤 한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잘 이용하고 있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사실 저도 이번 리서치를 하면서 이런 상품들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리서처인 저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상품이었기 때문에, 이런 투자 상품 구매를 결정하는 사용자 멘탈 모델을 예측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투자 상품’에 대한 사용자 여정을 먼저 파악해보기로 했어요. 상품을 알게 되고, 고민하고, 구매하고, 다시 이용하는 그 전 과정을 살펴보면, 사용자들이 어떤 관점과 흐름으로 이 상품을 대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투자 여정을 이해하기 위한 두 그룹

사용자의 투자 상품 이용 여정을 따라가려면, 먼저 그들이 투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했어요. 투자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으며, 어떤 계기로 시작했는지,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는지 등 투자 전반에 대한 태도를 파악하며 성향을 이해해보기로 했어요. 투자에 대한 인식과 경험 전체를 먼저 파악해보려고 했죠. 인터뷰는 두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했어요.

  • 그룹 A: 최근 채권, 발행어음, RP, ELB/DLB를 처음 구매한 사용자

어떤 채널을 통해 처음 상품을 접했는지, 정보 탐색 과정에서 어떤 마음의 변화가 있었는지 등 인지 경로를 따라가는 것이 핵심이었어요. 어떤 정보가 확신을 주었고, 얼마나 고민한 끝에 상품을 이용하게 되었는지를 파악하려고 했어요.

  • 그룹 B: 토스뱅크에서 ‘목돈 굴리기’를 반복 이용하는 사용자

처음 이용한 후 재이용을 결심하게 된 이유, 재이용 의도를 만들어낸 요인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이렇게 하면 이용 전 → 이용 중 → 재이용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확인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우연히 마주친 서비스, 그래도 시작했던 이유

리서치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들은 말이 있었어요. “이거 토스증권에서 하는 인터뷰인가요?”

사용자에게 ‘투자’는 곧 ‘증권’을 의미했고, ‘은행에서 투자’는 낯선 개념이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토스뱅크의 ‘목돈 굴리기’를 이용하게 되었을까요?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어요.

  • “우연히 알림이나 앱 탐색 중 발견했어요.”
  • “투자하기 직관적이고 편해서 시도해봤어요.”
  • “일단 ‘은행’이니까 믿고 해봤어요.”
  • “목돈을 필요한 기간만큼 안전하게 굴리고 싶었어요”

‘목돈을 안전하게 투자하고 싶다’는 니즈를 가진 사용자들이 푸시나 알림 등으로 우연히 서비스를 발견했고, 은행이라는 신뢰감과 직관적인 디자인 덕분에 한 번 시도해보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사용자들은 상품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 투자한 게 아니라, 소액으로 먼저 시도해보며 투자 상품을 이해했다는 점이었어요. 채권이나 RP 등을 단기 상품 중심으로 운용하며 수익을 경험하고 있었죠. 자세한 정보 탐색은 대부분 투자 후, 필요할 때 이뤄졌고요. ‘일단 소액으로 해본다’는 태도에는 은행이라는 안정감이 큰 역할을 했어요.

이번 리서치를 통해 사용자의 자산 관리 인식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저금리와 인플레이션을 체감하며, 사람들은 금융 상품을 단순한 수익 수단이 아닌 ‘자산 가치를 지키는 도구’로 보기 시작했죠.

주식처럼 에너지가 많이 드는 투자에는 피로감을 느끼고, 보다 안정적인 투자처를 선호하는 흐름이 두드러지더라고요.

“돈을 가만히 두면 손해더라고요.”

“주식은 피곤해서, 그냥 묶어두는 게 낫겠더라고요.”

“은행은 그래도 안전하잖아요.”

이런 흐름 속에서 ‘목돈 굴리기’의 강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났어요. 예적금보다 높은 금리, 주식보다 높은 안정성, 단기 운용 가능성 세 가지 였죠. 예적금 만기 자금, 부동산 매각 후 자금, 대출 상환 후 남은 여유자금 등, ‘목돈이 생겼을 때 잠깐 굴릴 수 있는 상품’을 찾던 사용자 니즈에 잘 맞았던 거예요.

일단 체험해보게 하다

제품팀이 처음 가졌던 물음표는, 사용자 여정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해소되었어요.

  • 사용자가 상품을 처음 인지하게 되는 계기는 광고의 위치 때문이 아니라 푸시 알림이나 우연한 발견이었고,
  • ‘목돈 굴리기’라는 서비스명도 오히려 사용자 니즈를 직관적으로 반영한 네이밍이었죠.

무엇보다 중요한 인사이트는,

사용자는 상품의 상세 정보를 모두 이해한 뒤 투자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대신 작게라도 먼저 경험해본 후, 필요에 따라 탐색을 이어가는 방식이 많았죠.

그래서 제품팀은 설명을 줄이고, 작게라도 체험할 수 있도록 전환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기존에 단순히 금융 상품을 나열하여 보여주던 구조에서 ‘투자 방식’을 중심으로 재구성하여 보여주기로 했어요. 복잡한 상품 설명 대신, 사용자의 현재 자금 상황과 목적에 맞게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죠. 그리고 실제 실험 결과, 새로운 구조가 더 많은 이용자를 유입시키는 데 효과적이었어요.

낯선 서비스, 사용자 여정을 이해하는 것 부터

낯선 서비스를 리서치할 때는 배경지식이 부족해, 조사 가설을 세우는 것조차 쉽지 않아요. 이럴 땐 그 서비스가 실제로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사용자 여정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꼈어요.

사용자의 멘탈 모델을 이해하게 되면, 어떤 지점에서 이용을 유도할 수 있을지, 서비스의 강점과 약점은 어디에 있는지 훨씬 명확해지니까요.

‘왜 이용자가 늘지 않을까?’라는 답답한 물음에서 시작한 이번 조사는, 결국 사용자의 여정을 함께 걷는 과정 속에서 해답을 찾아간 리서치였어요.

앞으로도 토스뱅크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면 낯설고 새로운 현상을 마주하게 될 거예요. 그때마다 수많은 물음표들이 생겨나겠죠. 그리고 그 물음표는 꼭 정답을 바로 가리키는 질문은 아닐지도 몰라요.

단편적인 의문에 대한 빠른 해답을 찾기보다는, 여러 물음표를 통합해 ‘근원적인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에서 출발해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출발점은 언제나 같을 거에요. 사용자의 입장에서 서비스 여정을 걸어보는 것.

여러분도 복잡하거나 명확하지 않은 문제를 마주했을 때, 사용자의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해보는 것에서 시작해보시기를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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