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 시위가 더 불편" 尹 복귀 일주일…아크로비스타는 지금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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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전 대통령 부부 환영 현수막 내려가고 축하 꽃 화분 줄지어
주민들 "복귀로 인한 불편함은 전혀 없다…시위가 더 불편"
단골 빵집·레스토랑 "복귀 후 윤 전 대통령 아직 오지 않아"

윤 전 대통령 사저 '아크로비스타'/사진=유지희 기자

윤 전 대통령 사저 '아크로비스타'/사진=유지희 기자

"복귀 후 며칠간 경호원들을 데리고 왔다 갔다 하시던 모습을 몇번 봤어요."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로 복귀한 지 일주일째다.

18일 지하 아케이드 상가에서 만난 한 상가 직원 A씨는 "윤 전 대통령이 복귀했다해서 상가내에 딱히 무슨 지침이 있다거나 불편함이 있는 상태는 아니다"라며 "상가에서 몇 번 봤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옆 상가의 직원 B씨도 "경호원들과 다니는걸 보긴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가 매장 책임자로 보이는 인물이 제지하자 이내 입을 닫았다. 상가 내부가 윤 전 대통령의 존재로 인해 미묘한 긴장을 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김건희 전 영부인이 운영한 코바나 컨텐츠/사진=유지희 기자

김건희 전 영부인이 운영한 코바나 컨텐츠/사진=유지희 기자

상가에는 김건희 전 영부인이 과거 운영했던 전시기획업체 '코바나컨텐츠'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이 자주 찾았던 것으로 알려진 프렌차이즈 빵집과 레스토랑에는 방문하지 않은것으로 확인됐다. 베이커리 점장은 "복귀 후에는 이 빵집에 단 한 번도 오시지 않았다"고 했다. 레스토랑 직원도 "일주일 동안엔 못 뵀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 거주 동 1층 환영 화환 수십개 놓여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사는 동 1층에 놓여있는 복귀 축하 화분들/사진=유지희 기자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사는 동 1층에 놓여있는 복귀 축하 화분들/사진=유지희 기자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거주 중인 B동 1층 출입구 앞에는 이들을 환영하는 꽃 화분 수십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으며, 그중 하나에는 '국민 변호인단'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1층 곳곳에는 경비원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눈에 띄었다. 오전 9시 40분께는 경호 인력으로 보이는 남성 두 명이 짝을 지어 두 차례 단지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고, B동 인근을 분주히 오가며 주변을 점검하는 모습도 이어졌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단지 안에 걸려 있었던 ‘대통령 내외분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은 자취를 감췄다. 해당 현수막은 지난 11일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용산 관저에서 사저로 복귀하던 날 설치된 것으로, 설치자는 윤석열 정부 핵심 실세였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의 모친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대통령 내외분 수고하셨습니다' 현수막이 18일 내려진 모습/사진=유지희 기자

지난 11일 '대통령 내외분 수고하셨습니다' 현수막이 18일 내려진 모습/사진=유지희 기자

인근 인도와 아파트 입구, 법조타운 일대에는 여전히 'Yoon Again!(윤 어게인) 다시 대한민국!'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윤 지지자들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태극기만이 바람에 펄럭이며 아크로비스타의 고요함을 깨우고 있었다.

한때 시민단체 '촛불행동'이 내걸었던 관련 현수막과 '대통령 변호인단' 명의의 현수막 역시 모두 철거된 상태였다.

오후 12시께 '내란수괴 윤건희(윤석열+김건희)를 즉각 체포하라! 즉각 구속하라!"는 문구가 담긴 판넬을 든 시위대 2~3명이 아파트 앞에 등장했다. 반대편에는 "전과 12범 이재명 구속하라"는 팻말을 든 윤 지지자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며 시위했다.

아파트 주민들 "尹 복귀로 인한 불편은 전혀 없어"

철거된 현수막 사진/사진=유지희 기자

철거된 현수막 사진/사진=유지희 기자

현장을 찾은 기자가 주민들에게 말을 걸었지만 대부분은 "말하기 곤란하다"며 인터뷰를 피했다.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자체보다 외부의 유입과 시위에 대한 피로감을 토로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70대 주민 정모 씨는 "윤 전 대통령 복귀로 인한 불편은 전혀 없다"며 "예전에도 이렇게 살았고,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 청소업무를 맡고 있는 한 직원 역시 "경호가 더 삼엄해졌다는 체감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20대 대학생 임 모씨는 "전직 대통령이 여기 산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온 거 아닌가. 특별할 것 없다"면서도 "취재진이 항상 찾아오니 좀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30대 주민 현 모씨는 "윤 전 대통령의 복귀로 인한 경호나 경비에 대한 불편함은 크지 않다. 오히려 지지자들이 시위하는 게 더 불편했다"고 말했다.

출처=당근

출처=당근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에 따르면 복귀 직후였던 12일~13일 아파트 인근 남부터미널과 교대역 사거리에는 시위가 이어졌다. 이에 "시위 때문에 너무 시끄럽다", "서초동 일대가 쩌렁쩌렁 울린다:, "그냥 이 동네에서 시위하는 보수든 진보든 다 싫다"는 불만 글들이 줄지어 올라왔다.

한 작성자는 "교대역 사거리 시위 소음 때문에 정말 괴로웠다. 여기도 주택가인데 몇 시에 끝나는지 궁금하다"고 썼고, 아크로비스타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그날은 장사 망했다. 음악 틀고 확성기까지 정말 미친 줄 알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로 보이는 작성자는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였다.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 고맙게 여겼다"고 말했다.

2022년 11월 7일 대통령직 인수 후 떠났던 아크로비스타로 886일 만에 복귀한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경호법'에 따라 5년간 예우를 받으며, 경호 기간은 최대 10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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