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자금 블랙홀 된 ETF … 개별종목 주가 좌우 '큰손'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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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자금 블랙홀 된 ETF … 개별종목 주가 좌우 '큰손' 됐다

업데이트 : 2026.04.27 19:20 닫기

430조 ETF '빛과 그림자'
개미는 소액으로 분산투자
ETF 하루 거래액 3배 급증
기업 실적·업황에 관계없이
ETF 편입 따라 주가 급등락
개별주 가격 왜곡할 우려도
IMF "증시 변동성 확대" 경고

사진설명

연초 300조원 수준이던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석 달 만에 400조원을 넘어서며 질주하고 있다. 전체 증시에서 ETF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실제 거래에서는 존재감이 크게 확대됐다. 개인투자자들의 핵심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은 ETF가 개별 종목 주가의 변동성을 키우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국내 증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산한 국내 증시 전체 시가총액은 6100조원을 웃돌았다. 이 가운데 ETF 비중은 약 7%에 그친다. 하지만 거래 규모에서는 위상이 확연히 다르다. 지난 3월 기준 하루 평균 ETF 거래대금은 20조450억원으로, 같은 달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43조8550억원)의 45%를 차지했다. 지난해만 해도 이 비중은 27%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ETF 시장의 급성장은 개별 종목에 대한 지배력 확대로 직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시장의 핵심 화두인 인공지능(AI) 산업 생태계에 포함된 테마 종목일수록 ETF 자금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는 흐름이다. 관련 테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ETF 출시가 잇따르고 자금 유입이 집중된 영향이다. 테마 ETF를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개별 종목이 아니라 ETF가 주가 흐름을 좌우하는 '왝더독' 구조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코스피 종목 가운데서는 AI 수혜주로 꼽히는 LS일렉트릭(5.01%), 효성중공업(4.47%) 등 전력기기 기업의 ETF 편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삼성전기(4.73%), 삼성SDI(6.01%) 등 삼성그룹 관련 종목들도 ETF를 통해 유입된 자금이 전체 시총의 5% 안팎을 차지했다. AI발 실적 개선 기대감과 그룹주 ETF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시가총액이 작은 코스닥 종목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주요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리노공업, 이오테크닉스, 원익IPS, ISC, HPSP 등 주요 소부장 기업의 시총에서 ETF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모두 20% 안팎까지 치솟았다. 반도체 테마 ETF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편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소부장 업체들은 시총이 작아 ETF 자금 유입 시 비중이 급격하게 확대되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개별 종목을 넘어 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달 초 코스닥 액티브 ETF가 잇따라 상장하면서 해당 상품에 편입된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락한 바 있다. 지난달 10일 상장된 'KoAct 코스닥액티브' ETF에 큐리언트, 성호전자 등의 편입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 종목의 주가는 하루 새 2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최근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GFSR)를 통해 ETF 자금 쏠림이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소수 대형주에 시가총액이 집중된 시장 구조상 ETF 자금의 유·출입은 특정 종목의 수급 불균형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상승장에서는 가격 탄력을 키우지만, 하락장에서는 기계적 매도세를 유발해 낙폭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IMF는 레버리지 ETF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란 전쟁 초기 코스피가 하루 10% 이상 급락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레버리지 ETF 확산이 시장 투매를 심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국내 운용사의 지분 공시가 급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ETF 시장 점유율 투톱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올해 제출한 지분 공시는 각각 78건, 82건에 달한다. 운용사가 특정 종목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등 규제 완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ETF 자금 유입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ETF 시장 확대와 함께 개별 종목 주가가 자금 흐름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ETF는 자금이 유입되면 편입 종목을 기계적으로 매수하는 구조적 특성이 있어 특정 테마로 자금이 쏠릴수록 개별 종목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일수록 수급 영향이 크게 작용해 단기적으로 펀더멘털과 괴리된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들은 종목 선택 시 ETF 내 편입 비중과 자금 유입 흐름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희 기자 /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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