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호황에 연금 기금 68조 늘었지만 … 국내주식 쏠림은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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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호황에 연금 기금 68조 늘었지만 … 국내주식 쏠림은 '불안'

입력 : 2026.05.29 17:54

국민연금 올 국장서 22% 수익 … 변동성 리스크 떠올라
주요 해외 연기금 수익률 앞서
대체투자 수익률도 5%대 선방
기금 고갈 2090년으로 늦춰져
증시 출렁이면 변동성도 커져
중동여파로 2월대비 84조 감소
코스피 오를수록 매도 부담도

사진설명

국민연금이 올해 1분기 주요 해외 연기금을 상회하는 성적표를 거둔 가운데 국내주식 비중 확대에 따른 변동성 리스크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국내 증시가 활황을 맞아 향후 수익이 더 개선될 여지는 있지만 갈수록 시장 지배력이 커질 경우 증시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이다.

29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민연금기금 평가액은 1526조112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68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잠정 수익률은 4.42%로 집계됐다. 이는 노르웨이국부펀드(GPFG)가 1.9%, 네덜란드공무원연금(ABP)이 0.5% 각각 손실을 입은 것을 비교할 때 우수한 성과다.

자산별로는 국내주식에 이어 대체투자가 5.27% 수익률을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이는 이자·배당수익과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화환산손익이 반영된 수치다. 다만 공정가치 평가는 이번 집계에서 제외됐다. 특히 원화 약세에 따른 해외 자산의 환차익이 전체 수익률 제고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 국내주식 확대에 변동성 우려

반면 단기 변동성은 우려된다. 기금 규모는 지난 2월 말 1610조4340억원과 비교할 때 84조원 정도 줄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면서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2월 말까지 국내주식 수익률은 49.82%였는데, 3월 말엔 절반 수준인 21.67%로 낮아졌다. 해외주식 수익률은 3.27%에서 -0.11%로 낮아졌지만 변동성은 국내주식보다 낮았다.

불확실성 속에서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익이 해외주식의 손실을 상당 부분 상쇄했으나 국내주식은 1분기 조정장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국내주식 비중이 높아질수록 장세가 급변할 시 기금 변동성 또한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국민의 노후 자산인 연기금의 안정성을 저해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울러 지난 15일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제4차 회의에서 국내주식 비중 관련 논의 내용을 비공개로 결정함에 따라 주요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깜깜이' 논란도 일었다.

기금위가 국내주식 비중을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향후 기금 운용의 불확실성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전날 기금위는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범위를 기존 ±3%에서 ±6%로 두 배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주식 투자 비중은 기존 14.9%에서 20.8%로 5.9%포인트 대폭 상향 조정했다. 여기에 전술적 자산배분(TAA) ±2%까지 합치면 최대 28.8%까지 국내주식 비중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엔 코스피가 8000선을 돌파하며 기금이 1800조원을 넘어서고 국내주식 비중도 3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보유 주식 대부분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또 기금 규모 증가로 기금 소진 시점이 갈수록 늦춰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기록적인 수익률 개선을 바탕으로 기금 고갈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7년가량 늦춰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연금개혁이 이뤄진 작년 3월부터 12월까지 국민연금 기금자산 평가액이 231조원 넘게 증가하면서 고갈 시점이 2078년으로 늦춰졌다는 분석이다. 기존에는 연평균 수익률을 4.5%에서 5.5%로 올린다는 전제하에 기금 고갈 시기를 2071년으로 예상했다.

◆ 고갈 시점 최장 2090년 전망

올해 들어 최근까지 평가액이 약 400조원 더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고갈 시점은 더 늦춰졌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연평균 수익률을 4.5%에서 6.5%까지 끌어올리면 고갈 시점을 2090년으로 늦출 수 있다는 전망을 내기도 했다. 실제로 1988년 기금 설립 이후 작년까지 연평균 수익률은 8.04%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국내주식 수익률은 11.26%로 해외주식 수익률 16.06%와 격차를 좁히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급여 지급액이 더 많아지는 재정수지 적자전환 시점도 기존 추산인 2048년보다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매도 폭탄'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액은 500조원대로 알려졌다. 이는 전날 기준 전체 증시(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 7514조원의 약 6%대 후반~7%대 초반으로 예상된다. 국내 증시에서 국민연금 보유 비중은 2010년 말 2.85%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향후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국내주식을 대거 매도해야 하는 시기가 오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충격이 지금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 안정도 숙제로 남았다. 최근 달러당 원화값은 국민연금의 '뉴프레임워크'가 언급되기 시작한 지난해 12월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12월 월평균 달러당 원화값은 1467.14원으로, 올해 1~2월 회복세를 보였지만 3월 중동 전쟁 여파에 1492.5원으로 급락했다. 지난달 해외 투자 자산에 대한 환헤지 비율을 기본 15%로 확대하는 등 환율 안정 조치에 나섰지만 이달 들어 1500원대로 추락하면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금이 기자 /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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