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변동성 4년만에 최고…RP·현금 늘린 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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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국내 증시 변동성이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이 종잡을 수 없이 변화하며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자산 30억원 이상인 고액 자산가는 금과 채권 등 안전자산은 늘리고 주식과 파생상품 등 위험자산은 줄이며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고 있다.

증시 변동성 4년만에 최고…RP·현금 늘린 큰손

◇‘안전자산’으로 머니무브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 코스피지수의 일중 변동률은 1.97%다. 2021년 2월(2.03%) 후 4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일중 변동률은 당일 지수의 평균값 대비 고가와 저가의 변동폭이 얼마나 컸는지를 나타낸다. 변동률이 클수록 시장이 크게 요동쳤다는 의미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강해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NH투자증권에 의뢰해 이 증권사 계좌에서 30억원 이상을 굴리는 고액 자산가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지난 8일 기준 고액 자산가들의 금 현물 보유액은 556억원으로 1년 전(274억원)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체 투자 자산 가운데 증가폭이 가장 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 투자 수요가 증가한 데다 금 현물 가격(KRX 금시장 기준)이 이 기간 39.14% 올라 평가 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현금성 자산인 환매조건부채권(RP) 보유금액은 2327억원에서 3481억원으로 늘어 2위(49.6%)를 차지했다. 주식시장이 요동치자 안정적으로 자금을 굴릴 수 있는 RP 비중을 늘린 영향이다. RP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채권을 판매하고 일정 기간 다시 매수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금융 상품이다. 국공채나 특수채 등 우량 채권에 투자해 안정성이 높다.

◇“위험자산 회피 이어질 것”

시장 변동성이 커진 이달(4월 1~8일)로 기간을 좁혀보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더욱 두드러졌다. 전체 자산군 가운데 RP, 국내 채권, 발행어음, 현금 등만 보유비중이 늘었다. 나스닥종합지수가 이틀(4월 3~4일) 사이 11.79% 폭락한 데 이어 7일 코스피지수까지 2300선으로 주저앉자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머니무브’가 이뤄졌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성현희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장은 “관세 충격 당시 언제쯤 시장이 안정세를 보일 것인지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았다”며 “그동안 해외 주식에서 얻은 수익을 RP와 발행어음 등 현금성 자산으로 옮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고액 자산가들의 국내 주식 보유금액은 3조9490억원으로 한 해 전(4조6332억원)보다 14.8% 줄었다. 신탁 자산은 1조795억원에서 5015억원으로 53.5% 급감했고, 파생상품 투자는 2670억원에서 1899억원으로 28.9% 줄었다. 신탁 자산은 비상장주식 등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낮아진 영향을 받았다.

자산가들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미·중 양국 간 ‘관세 난타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무원은 11일 미국산 수입품 관세율을 기존 84%에서 125%로 인상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누적 관세율을 145%로 높인 데 따른 보복성 조치다. 성 센터장은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국채를 추가 매입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며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저쿠폰(낮은 액면금리) 장기채 등이 주요 고려 대상”이라고 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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