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70돌을 맞은 한국증권금융이 자본시장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자로서 역할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창립 이후 처음으로 내년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하고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한다. 해외 주식 투자 증가를 반영해 관련 자산을 담보로 한 유동성 공급도 개시했다.
◇“국내외 유동성 공급 역할 강화”
김정각 한국증권금융 사장(사진)은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창립 7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한국 자본시장이 정부의 활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새로운 도약 기회를 맞았다”며 “한국증권금융은 이에 맞춰 기존에 해온 자본시장 안전판 역할에 더해 시장 발전을 지원하는 성장판 기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증권금융은 국내 유일한 증권금융 전담 회사다. 주식 등을 담보로 기업과 금융투자업자에 자금을 대출해주거나 투자자 예탁금을 맡아 운용한다. 한국증권금융이 자본시장에 공급한 유동성 규모는 창립 첫해 1955년 700만원에서 2015년 8조8000억원을 거쳐 올해 상반기 31조7000억원까지 불어났다.
김 사장은 올해와 내년을 기점으로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 초엔 처음으로 달러화 기반 외화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증권사의 외화 자금 조달 수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도 외화 예탁금으로 증권사에 외화 자금을 공급할 수 있지만, 예탁금은 고객이 요청할 때 바로 돌려줘야 하는 자금인 만큼 증권사들이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데 한계가 커 수요가 작았다. 김 사장은 “외화채는 장기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것”이라며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상대방을 늘리고 외화 채권 운용을 늘리는 등 외화 조달 경로를 확대하는 방안을 여럿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와 기업 자금 조달 지원 기능도 강화한다. 이달 초엔 경기 이의동에 중부센터를 새로 열었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는 경기 남부 일대에서 첨단기술산업 기업에 금융 지원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내년 초엔 홍콩법인을 개소한다. 지난해 설립한 홍콩사무소를 확장해 현지에 국내 증권사의 해외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시장 수요·트렌드 맞춰 변화”
최근 증권사들이 기존엔 담보로 활용할 수 없던 해외 주식을 신용공여 담보로 인정하기로 했다. 김 사장은 “지난달부터 대형 증권사 두 곳 등이 해외 주식을 담보로 유동성을 공급받았다”며 “다만 해외 주식은 국내 주식보다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일부 종목에 한해 담보 적격 기준을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증권금융은 올해 자기자본이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 사장은 “이에 따라 자기자본(BIS) 비율 등 자본 건전성이 개선돼 시장 내 유동성 공급 역할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한국증권금융의 BIS 비율은 2022년 21.43%에서 2024년 23.85%로 2.42%포인트 상승했다.
내년부터는 반기배당도 추진한다. 한국증권금융은 비상장주로 최대주주가 한국거래소(지분율 약 11%)다. 이 밖에 NH투자증권 등 증권단(38.7%), 우리은행을 비롯한 은행단(29.4%), 산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등이 주주다. 김 사장은 “주주 권익 강화를 강조하는 사회적 추세에 맞추고자 한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