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는 1987년 회사를 창업할 때 ‘중화유웨이(中華有爲)’에서 두 글자를 따와 ‘화웨이(華爲)’라고 회사 이름을 정했다. 중화유웨이를 우리말로 풀자면 ‘중화의 미래는 밝다’ 정도인데, 글로벌 기업이 모국에 대한 사랑을 이처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사례는 아마도 화웨이가 유일할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화웨이는 중국 정부와 연계된 사실상의 국영기업으로 분류된다.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하는 이유도 화웨이가 통신장비를 통해 본국으로 데이터를 빼낼 것이라고 우려하기 때문인데, 특정 기업의 제품을 확실한 증거 없이 배제하는 사례 또한 화웨이가 유일할 것이다.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 시장을 잃고도 실적을 꾸준히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기자는 지난 3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5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화웨이 부스를 찾았다. 예상과 달리 현장에서 마주한 제품들은 형편없었다. 두 번 접는 폴더블폰 ‘메이트XT’는 마감이 엉망이었고, 5.5G 통신장비는 굳이 도입이 필요한지 의문이 들었다. 한국 기업 같으면 담당 부장이나 임원 선에서 사라졌을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웨이의 힘은 완성품이 아닌 시제품에서 찾을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에 설치된 가상현실(VR) 운전석에 앉아 중국 본사에 있는 자동차를 운전하도록 설치한 부스, 소설을 선택하고 사진을 찍으면 곧바로 영화 한 편을 만들어주는 부스 등 상용화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창의성과 도전정신이 넘쳐나는 시제품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직원들이 자신의 일처럼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화웨이의 직원 20만명 가운데 12만명이 연구개발(R&D) 인력이다. 화웨이가 미국 기술 없이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생산하고, 독자적인 운영체제(OS)를 운용할 수 있는 배경에는 막강한 R&D 역량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었다. 이들 같은 엔지니어가 있는 한 화웨이의 질주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