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오는 7월 중복상장 규제 시행을 앞두고 지주회사의 역할과 재무 안정성이 한층 중요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자회사 상장이 과거처럼 이사회 판단만으로 추진되기 어려워지면서, 모회사 일반주주의 동의 절차와 지주사의 자금조달 능력이 지주사 밸류에이션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16일 보고서에서 “중복상장 규제는 자회사 상장을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으로 전환하고, 예외 허용의 핵심 요건으로 모회사 일반주주의 실질적 동의 절차를 요구한다”며 “자회사 분리상장 경로가 막히면서 자금조달에서 모회사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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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대신증권) |
중복상장 규제의 핵심은 단순히 상장 심사 기준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회사 상장이라는 자본조달 행위를 기존 이사회의 일방적 권한에서 분리해, 모회사 일반주주의 동의 아래 두는 데 방점이 있다. 금융당국은 중복상장 예외 허용을 위한 심사 기준으로 영업 독립성,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를 제시하고 있다. 이 중 투자자 보호 요건은 모회사 일반주주의 동의 여부와 주주 소통 절차를 확인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지주사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도 과거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휴온스그룹 사례를 들어 일반주주 의결권의 실효성이 커지는 흐름을 짚었다. 비상장 자회사 휴온스랩을 상장 계열사 휴온스가 흡수합병하면서 지주사 휴온스글로벌 주주에게 귀속될 가치가 휴온스 주주와 오너 측으로 이전되는 구조가 형성됐고, 이에 반발한 소액주주 연대가 결집하면서 회사가 임시주주총회 소집과 3% 룰의 자발적 준용을 검토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같은 지분 구조라도 ‘개별 3%’와 ‘합산 3%’ 적용 여부에 따라 일반주주 의결권의 실효성이 크게 달라진다고 봤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각각 3%로 제한할 경우 지배주주 측 영향력이 상당 부분 남지만, 이를 합산해 3%로 묶으면 결집한 일반주주 표가 안건의 향방을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중복상장이나 이에 준하는 가치 이전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개정 상법과 일반주주 의결권이라는 이중 관문을 마주하게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중복상장 규제가 자회사 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 경로를 제한하면서 지주사의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대표 사례로는 SK에코플랜트가 꼽힌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상장을 전제로 재무적투자자(FI) 자금 8000억원을 유치했으나, 중복상장 금지 기조 강화 등으로 예정된 IPO 출구가 막히자 상장 대신 환매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과정에서 지주사 SK㈜가 약 3985억원 규모의 지분을 직접 매입했고, SK에코플랜트도 약 65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에 나서며 FI 투자금 반환을 마무리했다. 대신증권은 이 같은 방식이 상장 출구가 막힌 기업들이 택할 수 있는 하나의 경로라고 평가했다. 다만 모회사와 자회사가 FI 지분을 환매·정산하려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재무 체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지주사의 재무 안정성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주요 지주사별 재무 체력 차이도 부각될 전망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1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LG(003550)는 순현금 1조 3010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부채비율은 8%, 차입금의존도는 0%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SK(034730)는 순차입금 6조 9610억원, 한화(000880)는 5조 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차입금의존도는 한화가 48%로 가장 높았고, SK가 31%, HD현대(267250)와 두산(000150)이 각각 27%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신증권은 지주업종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주요 종목별 투자의견은 SK, HD현대, 두산, 한화, LG, CJ(001040), 효성(004800) 모두 ‘매수’를 유지했다. 목표주가는 SK 88만원, HD현대 41만원, 두산 222만원, 한화 16만3000원, LG 13만원, CJ 26만원, 효성 30만원을 제시했다.
특히 두산에 대해선 목표주가를 222만원으로 상향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전자BG의 핵심 소재인 하이엔드 동박적층판(CCL) 수요가 강하게 늘고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대신증권은 두산 전자BG의 하이엔드 제품 비중이 2024년 73%에서 2025년 82%로 확대됐고, 평균판매단가(ASP)도 2024년 3분기 4만 9676원에서 2026년 1분기 6만 8799원으로 38.5%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자체사업 가치 재평가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주사 할인율이 추가로 축소될 여지가 있다”며 “중복상장 규제 환경에서는 자회사 상장 가능성보다 모회사의 사업 경쟁력과 재무 안정성이 지주사 재평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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