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공급 차질로 전국 수급난
경북·경기 등서 잇단 공사 중단
건설중인 현장도 지연될 우려
제주는 이번주 재고 모두 소진
조달청, 안정화 대책 마련 나서
강원도 한 기초단체의 관급 도로 공사를 수주한 A건설업체는 지난주부터 3개 사업장에 대한 작업을 중단했다. A업체 대표는 "관급 공사는 관에서 아스콘 포장 자재를 사서 공급하는데 아스콘 공급 업체가 3월 단가로는 납품하지 못하겠다고 해서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주부터 3개 사업장에 대한 아스콘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수도권에서 도로 포장 등을 전문으로 하는 Y업체 김 모씨(65)도 "한 달 새 아스콘 가격이 30% 이상 오르면서 일감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가격 급등도 급등이지만 아스콘 수급마저 원활하지 않다"며 "이런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 몰라 암울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동 전쟁 여파로 도로 포장 필수 자재인 아스콘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국 도로 공사 현장이 올스톱 위기에 처했다. 아스콘의 주원료인 아스팔트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도로 공사 현장의 필수재다. 중동 전쟁으로 인해 원유 공급에 차질을 빚자 아스콘 생산이 감소했고 결국 수급난으로 이어지면서 도로 공사 현장마다 공사 중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경상북도에서는 도내 22개 시군 가운데 문경, 영덕 2곳을 제외하고 20개 시군에서 아스콘 생산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경북에서는 관내 26개 도로 건설 현장 모두 아스콘 수급난을 겪고 있고 이 중 국도 14호선 재해복구사업 현장은 공사가 일시 중단됐다. 경북도는 아스콘 수급난이 계속되면 나머지 공사 현장 역시 중단이나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도 아스콘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공기 지연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수원시의 경우 통상 3월 한 달 동안 긴급 보수를 진행한 뒤 노후화 등을 고려해 전면 포장이 필요한 구간을 선정하고 4월 공사에 착수한다. 하지만 올해는 아스콘 수급 문제로 공사를 한 달가량 늦춘 상황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매년 3월 전체 정비 물량을 확인한 후 중순에 발주를 넣고, 4월 초 전면 포장 공사에 들어가지만, 올해는 업체 선정까지 완료됐음에도 아스콘 수급이 어려워 공사를 늦췄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유류를 전량 해상으로 반입하는 섬 특성상 국제유가 변동의 영향이 육지보다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현재 제주 지역에 남아 있는 아스콘은 이번주 안으로 모두 소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스콘이 다시 공급되는 다음달 초까지는 도로 재포장 등 모든 보수 공사가 일시 중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스콘 수급난에 가격도 폭등하자 아스콘 업체들은 적자를 감수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한 아스콘 업체 관계자는 "지자체가 발주한 도로 포장 공사 계약서상 아스콘 계약가격은 t당 11만원 정도"라며 "하지만 아스콘 가격이 오르면서 아스콘 공급 업체에서는 t당 5만원 인상된 16만원에 공급해야 되지만 발주기관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적자를 감수해서라도 공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스콘의 주원료인 아스팔트의 가격은 지난 2월 ㎏당 700원에서 이달 1200~1300원 수준으로 2배 가까이 오른 상황이다.
이에 조달청도 아스콘 수급 안정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공급 안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조달청은 원자재 가격 급등 시 계약금액조정 기준일을 기존 '매월 말일'에서 '가격 인상 발생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원자재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공공 건설 현장에 필요한 자재가 제때 공급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안동 우성덕 기자 / 강원 지홍구 기자 / 제주 고경호 기자 / 수원 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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