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구도 혼란
吳, 한덕수 추대론 속 불출마 선언…劉 “기득권 집착에 분노” 경선 불참
김문수-나경원 연이틀 공동 행보 등…반탄파, 단일화 불지피며 세 결집
윤상현도 내일 출사표 던질듯
●중도보수 吳-劉 경선 불참
오 시장의 불출마 선언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오 시장은 당초 13일 출마 선언을 하려 했지만 전날(12일) 오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 공지를 두 시간 전에 내고 “멈추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밝힌 것. 오 시장은 기자회견 뒤 질의응답에서 “지난 일주일 동안 당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깊은 아쉬움과 염려를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오 시장은 친윤계를 중심으로 현역 의원 50여 명이 당 밖 인사인 한 권한대행의 출마를 촉구하려 움직이고, 당 경선 또한 변화 대신 ‘찬탄’ 대 ‘반탄’ 구도로만 흘러가는 것에 대한 실망감을 주변에 토로했다고 한다. 오 시장은 친윤계 의원들이 한 권한대행 출마 성명서 발표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11일 오후 참모들에게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은 사퇴 회견에서 “지금 지킬 대상은 특정 개인도 세력도 진영도 아니다”라고 했다.
당 경선이 끝난 뒤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를 통해 국민의힘 후보를 선출하자는 ‘빅텐트론’ 또한 오 시장의 불출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토지거래허가제 번복 논란과 이른바 ‘명태균 리스크’로 오 시장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좀처럼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설령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되더라도 서울시장직을 사퇴한 뒤 한 권한대행 등과 단일화에서 패하면 시장직만 잃을 수 있다는 것. 오 시장은 불출마 선언 직후 총리공관에서 한 권한대행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의원은 13일 “대선 패배를 기정사실화하고 패배 후 기득권에 집착하는 모습에 분노한다”며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경선 여론조사에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한 것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그는 11일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은 이재명에게 정권을 갖다 바치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로 선출한 후보가 아니면 대선 승리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이다. 다만 유 전 의원 측은 “국민의힘 경선 불출마”라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반탄파 金-羅는 연대 행보
중도 보수 후보들이 이탈한 가운데 반탄파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은 더욱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나경원 의원은 12일 나 의원의 지역구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인근에서 취업·주거 문제 관련 청년간담회를 함께 했다. 11일 ‘연금개악 규탄집회’에 함께 참석한 데 이어 연이틀 공동 행보에 나선 것.
김 전 장관은 나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조금 있으면 (경선 후보가) 4명이 되고, 2명이 된다”며 “나 의원하고 대화도 하고 다른 후보 누구와도 만나 뵙고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김 전 장관과) 심도 있는 관계로 진전될지, 최종 1 대 1이 될지 모르겠지만 결국 김 전 장관은 저와 생각이 공유되는 부분이 꽤 있다”고 말했다.
경선 과정에 따라 합종연횡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반탄 진영에서 세 모으기 움직임이 더욱 빠르게 시작된 것이다. 나 의원과 함께 탄핵 반대 집회에 앞장섰던 5선 중진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15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당 일각에선 “중도후보들 먼저 경선에서 이탈하면서 반탄파만 부각되면 경선에 대한 중도 보수층의 관심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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