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스파이 인해전술과 미국의 방첩전쟁[정일천의 정보전과 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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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스월웰 미국 하원의원(왼쪽)과 중국 스파이 크리스틴 팡. 사진 출처 페이스북

에릭 스월웰 미국 하원의원(왼쪽)과 중국 스파이 크리스틴 팡. 사진 출처 페이스북
전 세계에서 중국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 금지령이 뜨겁다. 미국은 지난해 ‘틱톡 금지법’을 제정한 데 이어 최근 딥시크 금지 법안을 발의했다. 중국으로의 개인정보 유출과 정보 보안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중국의 대미 스파이 활동은 1949년 건국 전부터 시작됐다. 1944년 중국 공산당은 우타이 친이라는 영어 특기자를 포섭해 미 정부기관에 침투시켰다. 그는 6·25전쟁 시기 미군 중국어 통역사로 일하며 미국의 신뢰를 쌓았다. 이후 미 중앙정보국(CIA)에 들어간 그는 중국 분석관으로 근무하며 내부 기밀을 수집했다. 특히 1970년대 미중 수교 과정에서 미국의 전략을 사전 입수해 중국이 회담을 유리하게 이끄는 데 기여했다. 미국에 망명한 중국 요원의 폭로로 1985년 정체가 탄로나기까지 그는 37년간 완벽한 ‘두더지(Mole)’였다.

미중 간 스파이 전쟁은 중국이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2010년대부터 본격화됐다. 중국은 신화사 기자, 사업가 등으로 위장한 국가안전부(MSS) 요원을 비롯해 유학생, 과학자 등 다양한 휴민트망을 구축해 첨단기술을 빼냈다. 또한 미 해군 소속 중국계 군인들을 포섭해 군사 기밀을 수집하는가 하면 미인계를 동원해 정치인에게 접근하기도 했다. 2011년 미녀 유학생 크리스틴 팡은 미 캘리포니아주 의원, 시장 등에게 접근해 스파이 활동을 하다 연방수사국(FBI) 조사가 시작되자 본국으로 달아났다.

중국은 스파이 물색을 위해 링크트인을 활용하기도 했다. 퇴직 고위 관료, 학자 등 사이트 회원 수천 명에게 접근해 포섭 활동을 했다. 사이버 수단도 또 하나의 축이 됐다. 2015년 미 인사담당 조직(OPM)을 해킹해 약 2000만 명의 미국인 신원정보를 빼낸 데 이어 2021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익스체인지 이메일 서버를 해킹해 싱크탱크, 군수업체 등 3만여 곳의 이메일을 탈취했다.

미국은 중국의 스파이 인해전술을 국가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강력히 대응했다. 특히 대학이 중국 스파이의 온상이라는 판단하에 특정 분야 유학생과 연구원의 비자 기간과 입국을 제한하기도 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하루 평균 두 건의 중국 연관 새로운 방첩 사건을 다룬다”라 밝혔다. 지금 스파이 처벌 강화는 글로벌 추세가 됐다. 호주 보안정보국(ASIO)은 “중국 스파이들은 비밀리에 관계(Covert)를 맺고 돈으로 부패(Corrupting)시킨 후 협박(Coercive)하는 ‘3C’ 경로를 거친다”라고 경고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정보사 기밀 유출을 비롯해 중국인이 미 항모와 국정원 청사, 제주공항을 촬영하다 적발되는 사건이 있었다. 무엇보다 많은 국내 산업스파이 사건이 중국과 연관돼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2023년 중국은 반간첩법을 개정해 간첩 활동 범위를 확대했다. 하지만 우리는 간첩법에서 ‘적국’을 ‘외국’으로 단 한 글자를 바꾸지 못해 스파이 천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더 이상 대한민국의 국가적 자존심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한다.

정일천 가톨릭관동대 초빙교수·전 국정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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