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남쪽으로 3시간가량 이동해 도착한 안후이성 허페이시. 중국 최대 수소 설비 기업인 선그로 공장에서는 수전해조 생산라인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수전해조는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소 생태계의 핵심 장치다. 공장 한쪽에는 이 회사 주력 제품인 5메가와트(㎿)급 수전해조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쌓여 있었다. 전기 5㎿를 투입해 수소를 시간당 90㎏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탈리아, 오만, 브라질 등에 납품할 제품”이라며 “세계에서 주문받은 물량이 누적 1.2기가와트(GW)”라고 밝혔다.
◇원전으로 수소 제철하는 中
중국이 ‘수소 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시장을 장악한 태양광, 전기차, 배터리에 이어 탈탄소·전기화의 마지막 퍼즐로 수소산업을 낙점했다. 선그로는 이 같은 중국 수소산업 육성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회사다. 당초 태양광 인버터(직류를 교류로 변환하는 장치) 시장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던 선그로는 10여 년 전 수소산업에 뛰어들었다. 전력 변환 기술을 토대로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전해 설비 등 그린수소에 필요한 모든 기기를 수직계열화해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펑차오차이 선그로하이드로 회장은 “전력 변환에서 배터리로, 다음 단계인 수소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것은 하나의 거대한 원을 완성하는 자연스러운 연결 과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수소 굴기에 나선 건 에너지 패권 전쟁에서 수소가 지닌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수소는 역할이 무궁무진하다. 태양광, 원전 등 무탄소 발전원에서 만든 전기를 저장하고 자동차, 선박, 항공 등 수송용 연료로 쓰인다. 화력발전과 철강·석유화학 공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역할도 한다.
중국 최대 철강사 바오우의 잔장제철소에선 탄소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활용하는 ‘그린 철강’ 꿈이 현실이 되고 있었다. 지난해 말 수소환원제철 설비가 가동을 시작했고, 제철소를 둘러싼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가 수소 생산을 위한 전기를 공급하고 있었다. 아직은 수소 원가가 높아 설비 가동률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 내년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근 대형 원전에서 전기를 공급받기로 했다. 원전에서 만드는 이른바 핑크수소다. 량리성 잔장제철소 본부장은 “수소제철의 최대 걸림돌인 원가 문제를 원전의 저렴한 전기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락가락 韓 정부
중국 기업들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수소 생태계를 확장하는 건 정부의 치밀한 지원 덕분이다. 중국 정부는 2022년 ‘수소에너지 산업 발전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라 올해부터는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허가할 때 발전량의 20%를 수소 생산에 의무 할당한다. 발전소와 수전해 설비를 연결해 전력망 이용료를 면제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수소 생산 원가를 대폭 낮춘다는 계획이다.
중국수소협회 관계자는 “지난달 발표한 종합응용시범정책에 따르면 자동차를 넘어 발전소와 제철소 등으로 수소 수요처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수소 정책의 연속성이 흔들리며 업계 혼란을 키우고 있다. 정부가 2021년 제1차 수소계획을 통해 해외 수소 도입 목표를 제시하자 기업들은 잇달아 해외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11개국에서 21건의 수소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개설될 예정이던 수소발전 입찰시장이 돌연 중단돼 투자 유인이 사라졌다.
김재홍 한국수소연합 회장은 “국내 수소 수요가 폭발하기 전에 해외 프로젝트를 통해 수소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생산(업스트림)과 저장·운송(미드스트림)을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통합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이징·허페이·잔장=김리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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