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전략까지…'독일·일본'의 대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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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의 중국 생산 라인 / 연합뉴스

아우디의 중국 생산 라인 / 연합뉴스

폭스바겐,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현지 기술과 현지 개발 역량을 앞세운 신차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더 이상 자사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전략 본격화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폭스바겐과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2년 전부터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in China for China)' 전략을 내세워 현지 기술 기반 차량으로 시장점유율 회복을 시도해왔다. 이들 업체 경영진은 이번 주 베이징 모터쇼에 전시된 신차들을 통해 소비자 반응을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MW 이사회 멤버 요헨 골러는 "올해는 안정화가 목표지만, 출시되는 여러 모델을 바탕으로 다시 중국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BMW는 중국에서 현지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X3 장축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차량에는 모멘타와 화웨이, 알리바바 등 중국 업체 기술이 적용됐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 현지 소프트웨어와 연결 기능, 개발 속도가 차량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상황을 반영한다. 한때 중국 합작사를 통해 서구 업체들로부터 생산 기술을 배웠던 중국 업체들이 이제는 오히려 외국 브랜드에 기술과 공급망을 제공하는 위치로 올라선 셈이다.

배경에는 해외 업체들의 급격한 점유율 하락이 있다. 중국에서는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이미 신차 판매의 절반을 넘었다. BYD와 지리, 샤오미 같은 현지 업체들이 빠르게 세를 넓혔다. 상하이 컨설팅업체 오토모빌리티 자료에 따르면 해외 완성차 업체들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20년 64%에서 올해 32%로 반토막 났다. 수십 년간 중국 브랜드가 외국 업체를 따라잡던 구조가 뒤집힌 것이다. 이제는 폭스바겐과 도요타 등도 더 빠른 개발과 고도화된 소프트웨어를 위해 중국 파트너와 현지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

폭스바겐은 이런 변화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브랜드 판매 책임자 마르틴 잔더는 “중국에서 너무 큰 존재이기 때문에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과거부터 중국 현지 생산을 해왔지만, 이제는 중국에서 차량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다. 잔더는 유럽에서 오랫동안 해온 방식이 중국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인정했다.

오토모빌리티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올해 1분기 중국 시장점유율 13%로 지리와 BYD를 제치고 다시 1위에 올랐다. 다만 이는 중국 정부 보조금 종료 이후 토종 업체 전기차 판매가 둔화한 영향도 컸다. 폭스바겐은 올해 중국에서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13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며, 이런 차량을 다른 지역으로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아우디는 지난해 자사의 네 개 링 로고를 떼고 중국 전용 서브브랜드 E5 스포츠백을 내놨다. 하지만 판매를 늘리기 위해 올 초 큰 폭의 할인에 나서야 했다. 이 모델은 중국 파트너 SAIC와 공동 개발됐다. 게르노트 될너 아우디 최고경영자(CEO)는 "브랜드와 판매량을 본격적으로 키우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후속 모델 2종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는 2024년 말 50억달러 규모 손상차손을 반영한 뒤 중국 사업이 다시 흑자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중국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고수익 모델 중심 전략을 택하면서 올 1분기 중국 판매는 21% 감소했다.

닛산도 중국을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려 한다. 회사는 2030년까지 중국 내 판매와 중국발 수출을 합쳐 100만대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지난해 66만대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를 위해 중국 합작 파트너 둥펑과 함께 배터리 전기차 N7을 중남미와 동남아시아에 투입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픽업트럭 프론티어 프로는 중남미와 걸프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기욤 카르티에 닛산 최고성과책임자(CPO)는 “중국은 글로벌 혁신과 수출 허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완성차 약점은 'SW'...중국 기술, 인재가 압도

다만 이런 전략이 장기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노오토인사이트의 투 러는 "유럽 업체들이 필요한 조치들을 하고는 있지만, 새 제품들이 실제로 바닥을 확인하게 해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FT는 외국 완성차 업체들의 진짜 약점이 이제 하드웨어나 전기차 플랫폼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실행력이라고 짚었다. 옴디아의 상하이 기반 전기차 분석가 크리스 리우는 이는 근본적으로 인재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인재의 규모와 개발 반복 속도에서 다른 지역이 따라오기 어려운 수준의 장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 업체들이 중국 내 연구개발 거점을 더 키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리우는 "외국차 업체들이 중국에서 계속 의미 있는 존재로 남으려면 단순히 중국 인재 시장에 참여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중국식 개발 속도에 맞춰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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