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이틀 만에 한국 주식을 2조원어치 쓸어 담았다.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2800선을 돌파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의 주가 부양 의지와 환차익 기대가 ‘바이 코리아(buy Korea)’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돌아온 외국인 “대형주 사자”
5일 코스피지수는 1.49% 오른 2812.05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7월 18일(2824.35) 후 약 11개월 만의 최고치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2831.11까지 오르며 지난해 고점(2891.35)을 넘보기도 했다.
외국인 자금이 급속도로 들어오자 그동안 소외된 반도체와 자동차, 인터넷 등 시가총액이 크고 저평가된 업종이 뚜렷한 강세를 보였다.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원 넘게 사들인 외국인은 이날도 9241억원어치를 매집했다. 이날 외국인 순매수 1, 2위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차지했다. 각각 2820억원, 238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삼성전자는 2.25% 오른 5만9100원에 거래를 마치며 ‘6만 전자’를 목전에 뒀다. SK하이닉스도 3.22% 올랐다. 카카오(6.4%)와 네이버(3.07%) 등 인터넷 대형주도 크게 올랐다.
전 업종이 무차별적으로 상승한 전 거래일과 달리 대선 기간 급등한 지주사와 증권주 일부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왔다. 이날 한화는 2.89% 하락한 9만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HD현대도 1.91% 내렸다. 전날 20% 넘게 뛴 부국증권 주가는 이날 1.07% 내렸다. HD현대중공업(-0.70%), HMM(-4.21%), HD한국조선해양(-2.60%) 등 조선주도 일제히 약세였다.
◇ 커지는 내수·증시 부양 기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역대 최장기간 순매도로 일관한 외국인이 국내 증시로 돌아온 건 새 정부가 추진할 내수 부양책에 거는 기대가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전날 인선 발표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경제 회생 정책이 필요하고, 그중 핵심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전 예산실장 주재로 각 부처 기획조정실장 회의를 개최했다. 2차 추경 관련 사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건스탠리는 새 정부가 올해 하반기에 최소 35조원 규모의 2차 추경을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추진할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에 대한 기대도 외국인 매수세를 끌어들이는 재료다. 이 대통령은 상법 개정안을 취임 2~3주 안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세가 지속되면 코스피지수가 이른 시간 안에 3000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증권업계에서 짙어지고 있다. ‘코스피 3000’은 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하반기 기업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새 정부의 재정 정책과 자본시장의 질적 개선 움직임이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일본(-0.51%), 대만(0.26%) 등 주변 아시아 증시와 비교해도 독보적인 강세였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지난 6개월간의 정부 공백기에 급등한 환율 등 지표가 정상화하고 있다”며 “다른 국가 증시와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진 효과까지 더해 코스피지수는 3000선까지 무난하게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기업 실적을 감안할 때 현재 지수가 예상치의 거의 상단에 다다랐지만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에 따른 단기 오버슈팅(일시적 급등)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심성미/최만수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