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식시장의 최저 거래 단위는 100주라는 얘기를 지난번에 했다. 이처럼 우리와 다른 일본 증시의 제도 중에 ‘주주우대권(株主優待)’이라는 것이 있다.
주주우대권은 기업이 배당금 외에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 이용권 등을 주주에게 제공하는 일본 특유의 주주환원 제도다. 예를 들어 맥주 회사 주식을 사면 맥주를 무료로 주거나, 항공사 주식을 사면 할인권 등을 주는 방식이다.
제도에 몇 가지 문제점이 있어 도쿄 주식시장에서 이를 폐지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였는데, 최근 주가 상승의 분위기를 타고 다시 부활시키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
일본 기업의 주주 우대는 일정 수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 해당한다. 현금 배당 대신에 주는 경우가 많은데 ‘충성 고객’ 만들기의 하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주로 지급되는 우대 품목은 자사 제품, 상품권, 외식 할인권, 철도 승차권, 호텔 숙박 할인권, 공연·테마파크 입장권, 공장 견학이나 체험 행사 등이다.
배당을 현금이라고 하면 주주우대는 일종의 ‘현물’ 배당에 가깝다. 이 때문에 일본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배당수익률과 주주우대 혜택의 가치를 합친 ‘종합수익률’을 투자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도 많다.
개인투자자 유치 나선 日 기업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2026년 3월 기준으로 주주우대 제도를 운용하는 일본 상장사는 1649곳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일본 상장 기업의 약 40%가 도입하고 있는 셈이다.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주주우대 제도는 ‘주주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 속에 폐지 움직임이 많았다. 주식을 많이 가진 사람과 적게 가진 사람에 차이가 없고, 외국인 주주의 경우는 사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설 기업이 폐지 기업을 웃돌고 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정책보유주(지분 맞교환) 해소가 진행되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심해졌다. 종전에는 A 기업의 지분을 B 기업이, B 기업은 A 기업이 보유하는 식으로 기업 경영권 안정에 도움을 줬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도쿄증권거래소가 이러한 지분을 매각하고 여기서 나오는 금액을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면서, 안정적인 지분 확보가 모든 기업의 과제가 됐다. 이에 따라 기업이 개인주주를 새로운 ‘안정주주’로 확보하려는 것이 주주우대권 부활의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행동주의 펀드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과거와 달리 최근 일본 기업들은 행동주의 펀드를 통해 자사주 매입 확대, 배당 증액, 사업재편 등의 요구를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주주총회에서 경영진 안건에 찬성해 줄 주주층을 넓힐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실제로 일본 기업들은 최근 개인주주 수 자체를 늘리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주식 분할을 통해 최소 투자 금액을 낮추고, 주주 우대를 신설해 소액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것이다.
브랜드 마케팅 수단으로 주주우대권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일본 기업들이 강조하는 키워드가 ‘팬 주주’인데, 주주가 제품을 사용하면서 소비자가 되고, 소비자가 다시 장기 주주가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맥주 회사는 자사 맥주를 선물로 보내고, 캐릭터 회사는 한정판 굿즈를 제공한다. 자동차 회사는 공장 견학과 함께 시승 체험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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