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게이트發 공급망 병목 우려
美 반도체 기업들 줄줄이 급락
삼성전자도 장중 5%이상 빠져
9거래일째 주식 내다판 외국인
원화값도 1500원서 못 올라와
8천피 달성 이후 급등락을 반복 중인 코스피가 19일에도 높은 변동성 장세를 이어갔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AI) 인프라 병목 우려가 불거지며 반도체주가 일제히 하락한 영향으로 국내 증시도 장 초반부터 크게 밀렸다. 다만 전날에 이어 이날도 장중 7200선이 무너졌지만 7100선에서는 하방이 지지받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한때 5% 가까이 급락하며 불안한 흐름을 나타냈다. 장중 고점과 저점 간 변동폭은 304.66포인트에 달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70을 웃돌았다.
시장을 흔든 것은 반도체주였다. 지난밤 뉴욕 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2.47% 떨어진 채 마감한 여파가 국내 증시로 이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 초반 각각 5% 넘게 밀리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2.49% 떨어진 27만4000원에 출발한 뒤 장중 한때 5.34% 내린 26만6000원까지 밀렸다. 다만 오후 들어 삼성전자 노사가 2차 사후조정 협의를 벌이면서 합의 타결 기대감이 부각되며 28만1500원까지 오르며 상승 전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약세로 돌아선 채 전장보다 1.96% 내린 27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장중 한때 5.43% 내린 174만원을 기록하는 등 5.16% 하락한 17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도체 투톱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코스피 전체 투자심리도 급격히 위축됐다.
외국인 매도세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 1·2위에 올랐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조5410억원, SK하이닉스를 2조60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전날에 이어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가 지속되면서 지수 반등을 제약했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이날 국내 증시 낙폭은 아시아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도 두드러졌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0.42%, 대만 자취엔지수는 1.75%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는 각각 0.60%, 0.48% 상승했다. 반도체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가 미국 반도체주 약세의 충격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은 셈이다.
미국 반도체주 약세의 발단은 시게이트발 병목 우려였다. 데이브 모슬리 시게이트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간) JP모건 콘퍼런스에서 생산능력 확대와 관련해 “기존 팀을 철수시키고 새로운 공장을 짓거나 새 기계를 도입하기 시작한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이라며 “결국 생산능력은 늘어나겠지만 해당 기술의 성장 속도는 둔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반도체 산업의 긴 리드타임 문제도 언급했다.
이 발언 이후 시장에서는 메모리와 스토리지 업계가 급증하는 AI 수요를 제때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염려가 커졌다. 시게이트 주가는 6.87% 급락했고 웨스턴디지털(-4.84%)과 샌디스크(-5.30%) 등 스토리지 기업도 일제히 주저앉았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도 5.95% 하락했고 파운드리 기업 TSMC 역시 2.08% 내렸다.
반도체 장비주도 동반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램리서치(-2.37%) KLA(-2.53%) 테라다인(-4.98%) ASML(-1.96%) 등이 떨어진 채 장을 마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 부장은 “메모리 스토리지 병목 우려가 부각되며 미국 반도체 업종 주가가 급락했다”면서 “이는 국내 반도체주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며 전반적인 약세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단기간 급등한 데 따른 과속 부담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연초 폭등이 만들어낸 과속 부담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 여전히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며 “증시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기존 시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단기적으로는 과속에 따른 차익실현과 장중 주가·수급 급변을 감내해야 하는 만큼 변동성 관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반도체 업황에 대한 증권가의 시각은 여전히 우호적이다.
삼성전자의 파업 가능성과 노사 협상 변수는 단기 주가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메모리 가격 상승과 장기 공급계약 확대를 감안하면 최근 조정을 비중 확대 기회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환율 또한 증시 부담을 키웠다. 원화값은 3거래일 연속 달러당 1500원 선을 이어갔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7.5원 내린 달러당 1507.8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월 2일 1519.7원 이후 한 달 반 만의 최저치다. 원화값은 전 거래일 대비 6.5원 오른 1493.8원에 출발했지만 개장 1시간 만에 다시 1500원 선을 넘어섰고 장중 14원 넘게 출렁였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세가 이어지면서 달러 수급 부담이 커진 점이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차익실현과 리밸런싱 성격의 외국인 순매도가 나오면서 달러 수급 부담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시가총액에서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최근 35%에서 39% 수준까지 높아진 만큼 비중 조정을 위한 추가 매도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원화값도 1500원 안팎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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