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토막에도 "팔지 마라"…밤9시 전직원에 '신신당부'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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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일(현지시간) 테슬라 1분기 전원회의(all-hands)에 참석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테슬라 유튜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일(현지시간) 테슬라 1분기 전원회의(all-hands)에 참석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테슬라 유튜브

“자율주행차는 일반 차보다 10배 유용합니다. 이미 만든 차량에 소프트웨어만 업그레이드하면 되니 비용은 똑같습니다. 증시에서 과거만 보는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들 겁니다. 그러니 (테슬라) 주식을 꼭 붙잡고 계세요.”

예고 없던 회의였습니다. 지난 20일 밤(현지시간) 테슬라는 소셜미디어 X에 ‘1분기 전원회의(all-hands)’라는 이름의 라이브 영상을 띄웠습니다. 방송 20여분 만에 등장한 이는 놀랍게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였습니다. 머스크는 직원들 앞에서 1시간 동안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회사의 현황과 비전을 설명하고 테슬라 불매 운동 등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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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회의 소집, 왜?

과거 테슬라는 이런 식으로 전원회의를 공개한 적이 없습니다. 2023년 주가가 급락하자 시장과 소통하기 위해 열었던 ‘투자자의 날’도 사전에 공지했지요. 이번 회의가 머스크 등 최고위급에서 급히 결정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올해 들어 전고점 대비 반토막 난 주가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지요.

지난 6일자 <테슬람이 간다>는 테슬라 주가가 급락한 이유에 대해 한 차례 분석한 바 있습니다. 월가 분석가들은 내달 초 발표될 테슬라 1분기 차량 판매량(컨센서스 37만8000대)이 전년 동기(38만7000대) 대비 줄어들 것으로 점치고 있지요. 주력 상품인 모델Y 새 버전(주니퍼)의 생산 전환으로 인한 판매 정체로 1분기 실적이 악화될 전망입니다.

지난 11일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모델S 앞에 서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는 모델S 1대를 직접 구매하며 머스크를 지원 사격했다. /AFP

지난 11일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모델S 앞에 서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는 모델S 1대를 직접 구매하며 머스크를 지원 사격했다. /AFP

여기에 테슬라를 겨냥한 테러와 불매 운동으로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겹쳤습니다. 미 정부효율부(DOGE) 수장 머스크의 ‘정치 리스크’입니다. 공무원을 해고하는 등의 정치적 활동이 민주당 등 반대편 세력에 단단히 미운털이 박혔습니다. 미국 전역의 테슬라 매장에 시위대가 몰려왔습니다.

일부는 테슬라 차량을 파손하고 충전소 슈퍼차저에 불까지 질렀습니다. 펨 본디 미 법무부장관은 “테슬라에 대한 공격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달에만 테슬라를 공격한 48건의 사건을 접수했습니다. FBI는 10명의 전담팀을 구성하고 수사에 나섰습니다.

지난 10일 미국 시애틀의 테슬라 주차장에서 한 소방대원이 불에 탄 사이버트럭을 조사하고 있다. /AP

지난 10일 미국 시애틀의 테슬라 주차장에서 한 소방대원이 불에 탄 사이버트럭을 조사하고 있다. /AP

“공장에 있는 머스크를 본 적 있는가?”

자동차를 파는 소비재 기업이 노골적인 정치색을 띠는 건 리스크입니다. 반대편에 선 사람들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에서 테슬라의 중고차 시세가 급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겠지요. 과거 인종 문제로 민주당 지지를 요구받았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다음과 같은 말로 본인의 정치색을 드러내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공화당원도 운동화를 산다.”

테슬라 강세론자인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연구원마저 지난 18일 CNBC 방송에 출연해 작심한 듯 머스크를 비판했습니다. (그의 테슬라 목표주가는 월가에서 가장 높은 550달러입니다) “테슬라의 미래는 머스크가 향후 몇 달간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테슬라가 엔비디아와 함께 향후 10년 최고의 혁신 기업 중 하나라고 믿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머스크가 공장에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주주들이 좌절하고 있다. 테슬라가 곧 머스크다. 그는 회사 일과 DOGE 활동 간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

지난 18일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한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연구원. 그는 월가의 대표적인 테슬라 강세론자다. /CNBC 유튜브

지난 18일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한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연구원. 그는 월가의 대표적인 테슬라 강세론자다. /CNBC 유튜브

테슬라 전원회의는 아이브스의 방송 이틀 만에 열렸지요. 이에 X에선 머스크가 그의 인터뷰를 본 게 아니냐는 말들이 오고 갔습니다. 아이브스 역시 “머스크가 전원회의를 통해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등 큰 진전을 이뤘다”고 평했습니다. 실제 테슬라 주가는 회의 이후 급반등해 270달러를 회복했습니다.

지난 한달간 테슬라 주가 추이. /야후파이낸스

지난 한달간 테슬라 주가 추이. /야후파이낸스

테슬라의 새 비전 ‘지속가능한 풍요’

시장에서 테슬라 전원회의에 대한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는 얘기지요. 이날 머스크는 1시간 동안 어떤 비전을 풀어놓았을까요. 그가 언급한 주요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테슬라 1분기 전원회의 키노트

1. 내년 누적 차량 생산 1000만대, 대부분 완전자율주행 가능.
2. AI 훈련용 슈퍼컴 ‘코르텍스1’에 GPU 5만개 탑재. 10만개 이상으로 늘릴 것
3. 자체 개발 슈퍼컴 ‘도조1’ 현 테슬라 AI 훈련의 5~10% 담당
4. 사이버캡(로보택시) 제조 공정은 초고속. 전자제품 라인 같다.
5. 로봇 옵티머스 첫 생산 라인 가동. 올해 5000대 만들 것.
6. 배터리 애노드(anode) 자체 생산도 고려.
7. 전기 비행기(초음속 VTOL 제트기)를 만들고 싶지만 여력이 없다.
8. 미래 지구 전력의 90% 이상이 태양광과 배터리에서 올 것.
9. 테슬라의 사명은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넘어 ‘지속가능한 풍요로움’으로 바뀔 것.
10. 삶의 지혜, 늘 호기심을 유지하고 책을 많이 잃어라.

테슬라 로보택시 '사이버캡' /테슬라

테슬라 로보택시 '사이버캡' /테슬라

이 중 9번째 메시지를 주목해야 합니다. 머스크는 이날 회의에서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풍요로움’을 여러 번 언급했습니다. 이를 위한 ‘마스터 플랜4’가 필요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마스터 플랜은 머스크가 약 8~10년 주기로 내놓는 회사의 장기 비전입니다. 과거 대중 전기차, 탈탄소 에너지, 자율주행, 로보택시 아이디어가 이 플랜에 언급됐지요.

테슬라는 작년부터 자율주행과 로봇 등 인공지능(AI) 사업을 통해 제2 성장의 물결을 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테슬라가 더는 전기차나 에너지 회사에 국한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AI 회사에 걸맞은 새 비전으로 ‘모든 이를 풍요롭게 한다’는 메시지를 제시한 겁니다. 테슬라 장기 투자자라면 기억해야 할 키워드입니다.

머스크를 테슬라에 붙잡아 둘 수 있을까

머스크를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이 모두가 공감하는 명제는 ‘테슬라=머스크’입니다. 트럼프 당선 이후 테슬라 주가가 급등락한 것이 그 증거입니다. 테슬라 주주들은 머스크가 전폭적으로 지지한 트럼프 행정부의 자율주행 규제 완화 등 수혜를 기대합니다. 머스크 반대 세력은 ‘상장사’ 테슬라를 때리면 그에게 가장 효과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지난 22일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시립공항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로이터

지난 22일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시립공항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로이터

머스크가 테슬라의 ‘알파요 오메가’인 동시에 ‘가장 큰 리스크’라는 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었지요. 2022년 트위터 인수 당시에도, 2018년 테슬라 상장폐지 논란 때도 불거진 문제였습니다. 블룸버그는 “머스크가 DOGE 수장으로 활동하기 전부터 테슬라를 비롯해 스페이스X, X, xAI, 보링컴퍼니, 뉴럴링크 등 6개의 회사를 이끌고 있었다”며 “그가 테슬라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위 ‘머스크가 테슬라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그의 시선은 20년 전부터 지구 밖 화성을 향해 있는데, 사람들은 왜 CEO가 회사에 더 집중하지 않냐고 아우성치는 형국입니다. 그는 아이브스의 조언대로 정치와 기업 활동 간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요. 테슬라 주가는 주주들이 기대하는 400달러 이상 전고점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결국 머스크에게 달린 일입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모빌리티 & AI 혁명’을 이끄는 혁신기업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AI & 로봇 컴퍼니’로 전환하는 테슬라와 투자를 다룬 책 「테슬라 리부트」를 출간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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