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할 건 북한뿐"…사관학교 통합·방첩사 해체 때린 한기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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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군의 사관학교 통합은 결국 없애려는 것"
"육사 장성 이전설, 호남 점수 따려는 의도"
"간첩 잡는 방첩사 해체 시도는 안보 자해"
"李 정부의 안보 기조는 북한에 매달리기"
"평화는 힘의 균형…한미동맹 강화해야"

"좋아할 건 북한뿐"…사관학교 통합·방첩사 해체 때린 한기호 [인터뷰]

"종이에 평화를 지키자고 서명하는 것은 평화를 깨자고 서명하는 것과 똑같다"

군 장성 출신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을)은 최근 이재명 정부의 안보 정책에 대해 걱정이 많다.

한 의원은 최근 광화문과 육군사관학교 정문 앞 등에서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추진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한 의원은 정부의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추진에 대해 "결국 사관학교를 없애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으로도 틈만 나면 1인 시위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 의원은 정부가 사관학교 통합 명분으로 내세운 합동성 강화, 교수진 보강, 운용 경제성에 대해서는 "세 가지가 다 맞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또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서울 육군사관학교의 전남 장성 이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치적으로 호남 점수를 따려는 의도"라고 의심했다.

그는 방첩사 개편에 대해서는 '안보 자해'라고 규정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군 방첩 기능마저 약화시키는 것"이라며 "좋아할 쪽은 주적인 북한뿐"이라고 우려를 제기했다. 전쟁기념관 홍보물에 중국의 '항미원조' 표현이 사용된 논란을 두고는 "침략자 입장에서 6·25전쟁을 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이재명 정부 안보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하면서 "정신전력과 주적 개념을 다시 세우고 군사력도 함께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한기호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사진=한기호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다음은 한 의원과의 일문일답.

▶ 국방부가 육·해·공 사관학교 개편안을 검토 중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무렵 국방 공약에 육·해·공 사관학교를 통합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공약이 정책이 되려면 전문가 검토가 충분히 따라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연구를 맡겼다지만 (그 과정에서) 국방부가 연 세미나조차 비공식이었다.

국방부는 통합하면 합동성 강화, 교수진 보강, 운용 경제성이라는 세 가지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셋 다 맞지 않는다. 합동성, 즉 육·해·공군이 함께 작전하는 능력은 교육 체계상 중령 때 가르친다. 그걸 생도 때로 앞당기겠다는 것인데, 2010년 3군의 대학을 합친 합동군사대학교도 생각처럼 되지 않아 2020년 해산해 원래대로 되돌렸다. 이미 안 된다는 결론이 난 사안이다. 그런데도 통합이 맞다고 주장한다면 ROTC도, 3사관학교도, 학사장교도 함께 통합해야 한다. 그런 계획은 없이 육사만 건드리는 것은 모순이다.

교수진도 이미 성적 상위 10% 이내가 위탁교육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와서 가르친다. 일반 대학보다 수준이 높은데 수준을 높이려고 통합한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경제성도 마찬가지다. 1·2학년을 한곳에 모아 가르치려면 대전 자운대에 학교를 새로 지어야 한다. 지금 시설을 그대로 쓰면 될 일에 건물을 새로 올리는 게 경제적일 리 없다. 서울 육사를 전남 장성으로 옮겨도 그곳에 시설을 다시 지어야 한다."

▶ 육사가 지방으로 이전하면 우수 인력 모집이 어려워지고 초급 간부 역량이 떨어질까.

"우수 인력이라는 건 결국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계엄 이후 장군 37명이 파면되자 생도들은 '내가 군 생활을 계속해야 하나' 하고 흔들렸다. 큰 충격이었다. 거기에 학교까지 옮긴다고 하니 지금 생도의 약 3분의 1이 '임관을 포기하겠다'고 한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한 4학년 학부모는 '그래도 졸업은 해야 하지 않느냐'며 졸업 후 5년 의무복무만 채우고 나오겠다고 했다. 4학년의 절반이 그런 분위기다. 앞으로 지원할 사람 입장에서 이런 환경이라면 누가 육사에 들어오겠나. 전남 장성까지 가서 입교하라면 요즘 젊은이들이 가겠나.

호남에 예술 계열 학교를 옮긴다고 해도 반발이 나오는데 사관학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밀어붙인다. 선거를 앞두고 호남 표심을 겨냥해 꺼낼 수는 있는 얘기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왜 하필 장성인지조차 설명하지 못한다. 결국 사관학교를 없애려는 일이라고 본다.

육사 안에는 국가 공인 현충 시설이 12곳 있다. 앞서 6·25전쟁 때 1기 생도는 1학년을 마쳤고, 2기는 입교한 지 한 달도 안 돼 전쟁을 맞아 총을 들고 투입됐다. 그 결과 45%가 전사했다. 당시 이들은 학교 뒷산 92고지에서 마지막까지 싸웠고, 살아남은 이들은 불암산에서 유격대를 조직해 활동했다. 위령비도 남아 있다. 그런 곳을 밀고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좋아할 건 북한뿐"…사관학교 통합·방첩사 해체 때린 한기호 [인터뷰]

▶ 강행하면 신축 기간에 안보 교육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부분을 정부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목표가 2028년이라는데,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 내년에야 첫 번째 예산이 집행된다. 거기에 설계와 건축 기간을 더하면 2028년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일정표만 놓고 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도 밀어붙이는 건 호남에 사관학교를 옮기겠다는 말을 하려고 국민을 속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 정부는 방첩사 해체도 추진하고 있다.

"국군방첩사령부는 과거 보안사, 기무사, 안보지원사로 이름을 바꿔 가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손을 탔다. 이들의 핵심 임무는 간첩을 잡는 것이다. 현재 대공 수사 기능은 국가정보원에서 사라졌고 검찰에서도 경찰로 넘어갔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것이 군 방첩사인데, 이마저 없애는 것이다. 이는 안보 자해다.

문재인 정부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시절에도 방첩 기능을 크게 줄였는데, 그러다 보니 문재인 정부 때는 간첩을 한 명도 잡지 못했다. 북한이 가장 침투하고 싶어 하는 곳이 군대인데 정작 잡을 사람이 사라지는 것이다. 좋아할 쪽은 주적인 북한뿐이다."

▶ 방첩 기능을 다른 조직으로 분산하면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나.

"조직은 유기적으로 묶여 있어야 힘을 낸다. 이번 개편을 보면 보안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넘기고, 방첩은 대령이 지휘하는 별도 조직으로 떼어낸다고 한다. 중장이 지휘하던 조직을 대령에게 맡기면 위상부터 달라진다. 인원도 대폭 줄이는 것으로 안다.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인원을 줄인다는 건 그만큼 기능을 축소한다는 뜻이다. 지휘 계급을 낮추는 것 역시 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사실상 방첩사를 죽이겠다고 작심한 것이다."

▶ 최근 전쟁기념관 홍보물의 항미원조 표현이 논란이 됐다.

"전쟁기념관은 외침을 받고 국난을 이겨낸 역사를 기리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희생을 치른 전쟁이 6·25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6·25 때 대한민국과 싸운 원수다. 그런데 전쟁기념관에서 중국의 시각으로 6·25를 보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침략당한 쪽인데 침략한 쪽 입장에서 전쟁을 보겠다니 말이 안 된다."

"좋아할 건 북한뿐"…사관학교 통합·방첩사 해체 때린 한기호 [인터뷰]

▶ 현 정부의 안보 정책 기조를 평가한다면.

"이재명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9·19 남북군사합의부터 복원하겠다고 했다. 9·19 합의는 사실상 북한이 원하는 대로 우리 스스로 무장을 내려놓은 것이다. 이걸 되살리겠다는 건 또 한 번 무장을 푸는 것과 다름없다.

두 번째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전환이다. 6·25를 겪은 뒤 제도로 만든 것이 한미연합군사령부(연합사)이고, 그 힘으로 지금까지 전쟁을 억제해 왔다. 그런데 전작권을 한국으로 넘기면 연합사를 해체한다는 게 주한미군사령관의 설명이다. 지휘 구조가 사라지면 미군이 한반도에 남아 있어도 전쟁에서 함께 싸운다는 보장이 없다. 결국 전작권 전환은 연합사 해체, 나아가 한미동맹을 깨는 길로 이어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란 전쟁이 끝나면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평화의 걸음을 내딛게 해달라고 했다. 결국 북한에 매달리는 정책뿐이다. 전투력을 키우기는커녕 장군들을 옷 벗기고 육사를 옮기는, 군을 약화시키는 계획만 내놨다. 초급 장교는 나가고 충원은 안 되고 전방 간부도 빠져나가는데 대책이 없다. 북한에는 추파를 던지고 미국은 거부하고 우리 전투력은 약화시키는, 안보를 무너뜨리는 일만 해온 셈이다."

▶ 안보 환경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한국 안보 정책이 더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평화는 힘의 균형이다. 우리 평화를 가장 위협하는 건 주적인 김정은 집단이다. 여기에 맞서려면 정신력 같은 무형 전력과 실제 무기·병력 같은 물질적 전력이 함께 받쳐줘야 한다. 다만 북한은 핵을 가졌고 우리는 없으니 그 간극은 미국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미동맹은 손댈 대상이 아니라 더 강화해야 할 대상이다.

또 현재 북한이 중국·러시아와 묶이고 시진핑 주석까지 움직이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일본과 정상적인 군사동맹 체계로 가야 한다. 이 말로 돌팔매를 맞더라도 힘의 균형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

현 정부가 흔들고 있는 정신전력과 주적 개념을 다시 세우고 우리 군사력도 함께 키워야 한다. 북한에 추파를 던지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종이에 평화를 지키자고 서명하는 것은 평화를 깨자고 서명하는 것과 똑같다."

이정우/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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