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최근 논란이 된 ‘평촌 어바인퍼스트’와 같이 수 십억원의 성과급 지급과 횡령, 시공사 유착 등 ‘조합장 비리’ 논란은 정비업계에 잊을 만 하면 등장하는 단골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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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사업비 유용하고 시공사 유착 등 다양한 유형 비리
재건축 조합장은 수 백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사업비를 관리하거나 시공사 선정과 설계도·공사비 변경 등 정비사업 진행에서 굵직한 사안을 결정할 권한이 있지만 관리 감독 체계는 부실해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오가며 논란을 일으키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와 업계에선 조합장에 대한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선 선출에서부터 운영과 청산단계까지 보다 촘촘하면서도 투명한 검증 과정과 감독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비사업장에서는 논란이 되는 조합장 비리 유형은 사업 진행 단계에 따라 주로 △조합 사업비 유용(배임 혹은 횡령) 의혹 △업체 선정과 공사비 인상 관련 시공사와의 유착 의혹 △과도한 성과급 지급 논란 △불투명한 청산 과정 등의 유형으로 점철된다.
이 중 사업비 유용과 시공사와의 유착은 증거가 있다면 명백한 불법이다. 과도한 성과급 지급과 불투명한 청산 과정은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지만, 조합원들의 동의 없이 조합원들의 재산에 손해를 끼친 부분이 증명된다면 이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준공과 입주를 마친 후 해산과 청산하는 과정에서도 남은 사업비를 조합원들에게 공평하게 배분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차일피일 미루며 청산인 월급을 받아가거나 불필요한 사업비를 지출하면서 논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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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의 과도한 성과급 논란과 관련한 이미지(사진=챗GPT) |
◇“다수 동의 얻어야 사업 진행되도록…감독망 촘촘히”
전문가들은 조합장을 선출하는 단계부터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하고 조합장이 사업을 이끄는 과정에서도 관리감독 체계를 더 촘촘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투명한 청산 과정을 위해 전문청산인이나 정부에서 제시한 청산 규약을 따를 것을 권장하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조합장을 선출할때 전과 조회, 특정 기준 이상의 개인정보 공개 등을 통해 후보자 검증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며 “몇백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사업비에 대해 책임을 지고 운영하는 사업자인데 현재 조합에선 너무 안일한 방식으로 조합장을 선출한다”고 전했다.
조합장이 선출된 후 횡령, 배임을 포함해 사업비를 유용할 가능성과 관련해선 ‘다수 동의 제도’를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정비업계 한 전문가도 “대의원들은 사실상 조합장과 친분이 있는 경우가 많다”며 “억 단위 등 일정 금액 이상의 사업비를 사용할 때는 전자 투표 방식을 통해서 대의원이 아닌 전체 조합원의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해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시공사 선정이나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착과 관련해서는 원천적으로 설계 변경이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공사가 ‘혁신 설계’라는 걸 내세워 정비사업 진행 중간에 개입해 설계도나 마감재를 변경해 공사비를 높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수용하는 건 결국 조합장 몫이고 이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할 여지도 높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의 변경을 막거나 이에 대한 검증 절차를 까다롭게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청산 과정에서도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문 청산인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법무법인 심목 김예림 대표변호사는 “청산인을 지자체 차원에서 파견하거나 전문관리인을 둘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조합 정관에 청산에 관한 규정을 보다 상세히 적어둘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