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장 이후 임상 근거·회수 경로 중요…"유럽 생명과학 주목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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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임상 근거가 분명한 기업을 선별할 수 있는 투자자에게는 지금 같은 조정장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홍기남 소피노바파트너스 파트너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바이오텍 시장을 이렇게 진단했다. 금리 상승과 기업공개(IPO) 시장 둔화로 생명과학 분야 투자심리는 한동안 위축됐지만, 이는 섹터 전반의 후퇴라기보다 운용사의 선별 능력이 드러나는 구간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소피노바파트너스는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유럽 생명과학 전문 벤처캐피털(VC)이다. 50년 이상의 업력을 바탕으로 바이오파마와 의료기기, 산업바이오 분야에 투자해왔다. 파리와 런던, 밀라노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초기 기업 설립 단계부터 임상 단계 성장투자, 상장 전후 크로스오버 투자까지 아우르는 멀티 전략을 운용하고 있다.

소피노바파트너스의 홍기남 파트너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바이오텍 시장이 조정장을 지나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사진=소피노바파트너스 제공)

유럽 바이오텍, IPO 재개·임상 성과로 회복 신호

홍기남 파트너는 의학과 투자 등 양쪽의 경험을 갖춘 바이오 전문 투자자다. 지난 2017년 소피노바에 합류한 그는 앞서 엑산 에퀴녹스 펀드 공동운용역과 씨티그룹 바이오텍 애널리스트, 사노피 제품개발·사업개발 담당을 거쳤다.

홍 파트너는 최근 바이오텍 시장이 조정 국면을 거치며 투자 기준이 한층 선명해졌다고 진단했다. 금리 인상과 IPO 시장 둔화로 자금 조달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지만, 임상 데이터와 인수합병(M&A), 일부 IPO 재개를 계기로 투자자 관심은 선별적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유동성에 기대던 바이오 투자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봤다. 조정장 이후에는 기술력과 지식재산권(IP), 규제 승인 가능성, 글로벌 제약사와의 전략적 적합성, 회수 경로가 함께 검증되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판단이다. 홍 파트너는 "자금 조달 창구가 좁아진 시장에서는 좋은 기술과 데이터를 가진 기업도 흔들릴 수 있다"며 "결국 이런 구간에서는 무엇을 끝까지 가져갈지 판단하는 투자 규율이 성과를 가르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소피노바의 투자 철학을 보여주는 사례로는 포트폴리오 기업 '아비박스'가 있다.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를 개발하는 아비박스는 과거 여러 차례 재무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소피노바는 후보물질의 임상 가능성을 보고 지원을 이어갔다. 그 결과 아비박스는 지난해 7월 궤양성 대장염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데이터를 확보한 뒤 연말까지 나스닥에서 주가가 약 1400% 상승했다.

아비박스 외에도 성공적인 회수 사례는 여럿 있다. 희귀 내분비질환 치료제를 개발한 아몰리트는 지난해 아스트라제네카에 최대 10억5000만달러 규모로 인수됐고, 혈액질환 치료제 개발사 헤맙 테라퓨틱스는 올해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시장 지표도 우량 바이오텍 중심의 선별적 회복 흐름을 뒷받침한다. 홍 파트너에 따르면 바이오텍 상장지수펀드(ETF)인 XBI는 2025년 35% 상승해 같은 기간 나스닥(20%)과 S&P500(16%) 수익률을 웃돌았다. 올해 5월 초 기준 12개 바이오텍 기업이 약 40억달러를 IPO로 조달했으며, 이 가운데 6곳은 각각 3억달러 이상을 확보했다.

홍 파트너는 "신약 후보물질의 가능성과 임상 근거를 보고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소피노바의 투자 방식"이라며 "조정장 이후에는 바이오 섹터 전반의 반등을 기대하기보다 임상 데이터와 지식재산권(IP),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갖춘 기업을 가려내는 역량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韓 LP, 미국 넘어 유럽 분산투자도 고려해야"

이 같은 흐름은 한국 기관투자가(LP)에도 시사점을 준다. 홍 파트너는 미국 중심의 바이오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완할 수 있는 선택지로 유럽 생명과학 펀드를 꼽았다. 미국 시장이 깊은 자본시장과 유동성을 갖췄다면, 유럽은 기초과학 기반의 초기 혁신과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 밸류에이션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유럽 바이오텍은 미국 기업 대비 할인된 밸류에이션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며 "낮은 가격에 진입해 글로벌 시장에서 더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이 유럽 생명과학 투자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홍 파트너는 그만큼 운용사 선별도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한국 LP가 글로벌 바이오·생명과학 펀드를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요소로 '전략의 명확성'을 꼽았다. 생명과학 투자는 초기투자와 크로스오버, 성장투자에 따라 위험 수준과 회수 기간, 수익 구조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단순히 바이오 펀드로 묶어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생명과학 부문 벤처는 하나의 동질적인 자산군이 아니다"며 "투자자는 운용사의 전략이 일관적인지, 실제 과학적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장기 성과를 낼 수 있는 안정적인 팀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 생명과학 펀드는 차별화된 혁신 기반과 규제 환경, 수익 구조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라며 "대부분의 기관 포트폴리오에서 아직 충분히 침투하지 않은 영역으로, 의미 있는 보완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파트너는 한국 바이오텍 시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바이오의약품 생산과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경쟁력을 쌓았고, 최근에는 신규 모달리티 개발과 글로벌 기술이전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 파트너는 "한국은 지난 10년간 점점 더 글로벌한 바이오텍 섹터를 구축해왔다"며 "바이오의약품 제조, 바이오시밀러, 신규 모달리티 개발에서 강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제약사와의 라이선싱 및 파트너십 확대는 한국 바이오텍의 과학적 신뢰도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신호"라며 "글로벌 투자자 관점에서 한국은 실질적인 혁신 원천"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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