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민주 기자] 오는 하반기 60세에서 65세로 정년연장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책은행(산업·수출입·기업은행) 총인건비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별도 퇴직금을 받고 나가려는 중간 퇴사자도 거의 없어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란 우려다. 국책은행 노사는 정부에 총인건비 증액을 계속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답변이 없어 정년연장 따른 고민도 만만찮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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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IBK기업은행,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본사 전경.(사진=각 사) |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오는 하반기 정년연장 관련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재 정부와 정치권,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자는 의견과 즉각 연장하자는 의견에서의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하반기면 정년연장 입법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노조 차원의 논의는 입법 가닥이 잡히면 보다 구체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노조도 정년연장을 환영하고 있다. 현재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국책은행은 환영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처럼 수억원의 희망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면 오래 다니는 것이 낫다”면서 “5년 더 다닐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4050세대가 특히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년연장에 따른 부작용이 예상돼 한편으로는 우려도 크다는 입장이다. 한정된 총인건비, 인력 적체, 임금피크제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점쳐지고 있어서다. 국책은행은 지금까지 57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정년퇴직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를 손질하지 않고 정년만 연장할 경우 57세부터 65세까지 8년간 임금피크제를 하게 된다. 임금피크제를 시작하면 월급이 줄어드는 만큼 업무량도 감소한다. 결과적으로는 유휴인력만 증가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금피크제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자 했던 임금피크제의 취지도 무색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을 62세로 늦춘다고 해도 61세까지는 일단 기존 연봉체계를 따르게 되기 때문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인건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정년까지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그만큼 조직은 비대해지는 꼴”이라면서 “인건비는 가중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일종의 희망퇴직 제도인 준정년퇴직 제도가 있긴 하지만 이를 이용하는 직원도 극히 일부에 그쳐 사실상 인력 적체와 인건비 증가는 불 보듯 뻔하다는 전언이다. 준정년퇴직 제도는 만 44세 이상이며, 입사일로부터 15년 이상 재직한 직원에 한해 기준 퇴직금 외 별도 퇴직금을 받고 퇴사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별도 퇴직금을 받는 것보다 정년까지 다니고 퇴직금을 받는 것이 더 유리해 준정년퇴직자는 체감상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은행 관계자들은 “이 제도가 있는지도 모르는 직원들이 많다”면서 “그만큼 퇴사를 유도할 정도의 당근책이 되지 않는 유명무실한 제도”라고 입을 모았다.
때문에 국책은행은 전 직원이 65세까지 근무한다는 기본 전제를 두고 정부도 총인건비 문제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총인건비 증액으로 꼽힌다. 국책은행 노사는 재정경제부에 총인건비 증액을 요청해왔다. 재경부는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인건비 증액을 반대했지만, 정년연장을 앞두고는 총인건비 제도 점검이라도 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신입행원 채용을 고려해서라도 총인건비를 늘려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또 다른 국책은행 관계자는 “인건비가 한정됐는데 신입행원을 뽑겠냐”면서 “크게 보면 정년연장이 20대 청년들에게는 위협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책은행 신입행원 채용 규모는 감소세다. 연간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신입행원 채용이 2024년 1230명에서 지난해 1170명으로 5% 감소하는 동안, 국책은행은 519명에서 505명으로 8% 줄어들며 4대 은행보다 가파른 감소폭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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