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 오사카 뱃길 261년 만에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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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조선시대 목선 원형 가깝게 복원
엑스포 열리는 오사카 항구 입항
‘한국의 날’ 행사, 옛 통신사 행렬 재현

13일 일본 오사카항에 조선통신사선을 재현한 배가 정박해 있다. 지난달 28일 부산을 출발한 이 배는 약 1000km의 바닷길을 건너 11일 오사카에 도착했다. 조선통신사선의 과거 뱃길을 따라 부산∼오사카를 항행한 건 261년 만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13일 일본 오사카항에 조선통신사선을 재현한 배가 정박해 있다. 지난달 28일 부산을 출발한 이 배는 약 1000km의 바닷길을 건너 11일 오사카에 도착했다. 조선통신사선의 과거 뱃길을 따라 부산∼오사카를 항행한 건 261년 만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13일 일본 오사카항에 정박해 있는 조선시대 목선의 외형은 웅장했다. 길이 27.07m, 너비 9.54m, 높이 3.19m의 배 갑판에는 ‘정사(正使·사신단의 우두머리)’가 머무는 판옥집이 올려져 있었다. 배 겉면에는 조선의 미를 뽐내기 위한 화려한 단청도 보였다. 현판에 ‘조선통신사선(朝鮮通信使船)’이란 글자가 뚜렷했다.

이 배는 2018년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정사가 탔던 ‘정사기선’을 원형에 가깝게 재현한 조선통신사선이다. 최고급 목재인 금강송 900그루를 사용했고 제작 기간만 4년에 달한다. 제작비 또한 22억 원이 투입됐다.

이 배는 지난달 28일 부산을 출발했다. 일본 쓰시마섬, 시모노세키, 후쿠야마 등을 거쳐 11일 오사카에 도착했고 이날 입항식을 가졌다. 조선통신사선의 오사카행은 1763∼1764년 조선통신사의 제11차 사행(使行·사신 행차) 이후 처음이다. 261년 만에 조선통신사선이 약 1000km의 부산∼오사카 뱃길을 건너온 것이다.

조선통신사는 조선 국왕이 일본에 보낸 공식 외교 사절이자 양국 교류의 상징이다. 1607년부터 1811년까지 204년 동안 12차례 파견됐다. 많게는 약 500명의 사절단이 1년간 일본 곳곳을 누볐다. 일본 또한 이들을 극진히 대접했다. 관련 기록은 2017년 양국 공동의 노력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됐다. 이 역사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올해, 또 ‘문화 올림픽’으로 불리는 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오사카에서 재현됐다.

조선통신사는 이번 엑스포를 통해 세계 각국 국민과도 만났다. 엑스포에서 나라별로 돌아가며 의식과 문화를 소개하는 ‘내셔널데이’가 있는데 이날이 바로 ‘한국의 날’이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통신사 행렬은 엑스포 현장을 둘러싸는 둘레 2km의 상징물인 ‘그랜드 링’ 내부의 통로에서 퍼레이드를 펼쳤다. 취타대, 풍물패, 정사 행렬로 구성된 50여 명이 옛 통신사 행렬을 재현했다. 1970년 오사카 엑스포의 주제곡 ‘세계의 나라에서 안녕하세요’, ‘부산갈매기’ 등도 연주하며 흥을 돋우었다. 17일까지 이어지는 ‘한국 주간’에서는 K팝 콘서트, 코리아 온 스테이지, 한국우수상품전, 메이크업쇼, 한복패션쇼 등 여러 행사도 열린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입항식에서 “이 배의 복원이 양국 관계가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카하시 도루(高橋徹) 오사카 부시장 또한 “조선통신사 역사의 재현이 두 나라가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오사카=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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