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혼란 속 증시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나 조선 관련 종목은 눈에 띄는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면서다. 여기에 최근 열린 국제해사기구(IMO) 회의에서 선박 탄소세 도입이 결정되면서 친환경 선박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더해지고 있다.
14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국내 주요 조선 종목들이 모인 ‘조선 테마’는 이달 들어 18.6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지수가 1.06%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조선 종목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종목별로는 HJ중공업(097230)이 39.83%로 가장 상승 폭이 컸고, HD현대미포(010620)(25.33%), HD현대중공업(24.55%), 한화오션(042660)(19.37%) 등 순이었다.
![]() |
HJ중공업 영도 조선소 전경.(사진=HJ중공업.) |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조선 종목이 탄탄한 상승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엔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깔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 재건 의지를 드러내면서 다른 나라에서 선박을 발주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자 국내 조선사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 반영되면서 주가가 올랐다는 평가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과 관세 등을 두고 갈등을 계속 벌이고 있다는 점도 조선 종목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지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중국 조선업 제재로 신조 발주 시장이 ‘한국과 일본’과 ‘중국’으로 이분화되는 시발점”이라며 “여기서 경쟁력이 높은 한국이 일본보다 더 큰 성장 기회를 누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조선 종목뿐만 아니라 ‘조선 기자재 테마’ 역시 이달 들어 17.65% 오르는 모습을 나타냈다. 조선 종목에 부는 훈풍이 중소 기자재 종목까지 퍼지면서다. 조선사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사용되는 보냉재를 공급하는 한국카본(017960)과 액화석유가스(LPG) 탱크 등을 생산하는 세진중공업(075580)은 이달 들어 각각 42.10%, 30.24% 오르면서 강세를 보였다.
여기에 지난 11일 마무리된 IMO MEPC(해양환경보호위원회) 83차 회의에서 선박 탄소세가 결정된 점도 조선 관련 종목으로선 호재로 평가된다. 친환경 규제에 경제적인 제재가 정해지면서 선주들이 친환경 대응을 미룰 수 없게 되면서다. 이에 친환경 선박 교체 발주 수요가 더욱 빠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게 증권가 평가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IMO 규제로 글로벌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는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기존 25~30년 주기의 노후 선대 교체 사이클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국내 조선사뿐만 아니라 조선 기자재, 애프터마켓(AM) 사업 등 대부분의 서플라인 체인이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